발망치 참다못해 스피커 보복…커뮤니티에 “우퍼 트는 집” 비난 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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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8월 23일 10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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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이렇게 풀자]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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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이 들리기 시작하면 먼저 아파트 경비실을 통해 인터폰으로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게 된다. 그래도 안 되면 화가 치밀고 직접 인터폰으로 항의한다. 윗집(때로는 아랫집, 옆집)에 올라가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그래도 안 되면 ‘저 사람들은 말로는 안 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해결책으로 아파트 층간소음관리위원회나 중재기관에 요청을 해보기도 한다. 추천할 일이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해결될 확률이 낮은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면 남는 것은 보복소음이나 경찰신고 밖에 없다.

보복 소음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고무망치나 막대기처럼 소박한 도구도 있다. 인터넷 몰에는 수많은 종류의 층간소음 보복용 우퍼 스피커와 사용 후기가 올라와 있다. “‘우퍼 스피커가 효과 직방, 속이 후련하다”는 식의 경험담이 많다. 시끄러운 메탈 음악이나 비오는 밤 시간에 귀신 울음 소리 나오는 국악을 틀면 그동안 꿈적도 안하던 윗집에서 애걸하거나 화를 내거나, 어떻게든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보복소음으로 윗집에서 조심하게 되고 서로가 안정을 찾는다면 매우 다행인 경우다. 보복이 더 큰 보복을 부르고 자칫 폭언 폭행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불행할 뿐 아니라 위험한 경우다. 그래서 보복소음은 매우 신중해야한다는 조언이 잇따른다.

<아래 사례는 실제 경험입니다. 층간 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자세한 내용을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우퍼 스피커' 보복, 효과는 직방인데…
경기도 남양주시 아파트 주민입니다. 7년 전 신혼 때 입주한 아파트에서는 윗집 아이들 셋이 쉴 새 없이 뛰어 다녔습니다. 그러다 ’귀트임‘이 생겼습니다. 퇴근하면 집은 쉬는 곳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쌓이는 곳이었습니다.

참다가 윗집에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매트 깔았다” “애들이 말린다고 듣냐” “애가 없어봐서 모른다”처럼 무성의한 대답뿐이었습니다. 관리소에도 얘기해봤지만 딱히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불면증이 점점 더 심해지고, 업무 능률도 떨어지는 것 같아 결국 4년 만에 이사를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윗집부터 살폈습니다. 은퇴한 부부가 애나 반려견도 없이 조용하게 지낸다고 해서 믿고 안심했습니다. 막상 살아보니 ’발망치‘ 소리가 너무 심하고 조용하지도 않았습니다. 윗집 사람들은 “아파트에 30년 살았는데 시끄럽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면서 저를 미친 사람 취급합니다.

관리소는 아무 도움이 안됐고요. 도움을 요청한 지 몇 달을 기다린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는 윗집에 슬리퍼를 주고는 끝이었습니다.

더 이상 당하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또 이사를 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보복을 생각했습니다. 천장에 붙여 윗집에 소음 진동을 전달하는 우퍼 스피커의 보복효과가 좋다는 걸 알게됐습니다. 인터넷에서 구입해 밤마다 틀었습니다. 윗집에서 화가 났던지 처음에는 더 쿵쿵 거렸습니다. 몇 달간 계속 틀었습니다. 주말에는 가끔 스피커를 틀어놓고 호텔에 가서 자고 오기도 했습니다. 그제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발망치 소리가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다른 이웃집들이 아파트 입주민 커뮤니티에 우리 집을 지목해 ’우퍼 트는 집‘이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린 것입니다.

아파트 같은 라인 이웃들이 경찰에 신고한다는 얘기도 있고 밤에 문을 두드리기도 합니다. 아내가 너무 불안해해서 스피커는 껐는데 그래도 여전히 눈치가 보입니다.

관리소가 처음부터 층간소음 민원에 제대로 대처했으면 이런 보복 스피커를 쓸 일도 없었을텐데 다소 억울하기도 합니다.

아파트 관리소 입장에서는 가해자, 피해자 모두가 입주민이라 주의를 강하게 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웃사이센터 같은 공적인 중재기관은 신청, 측정 절차가 오래 걸립니다. 힘들게 소음측정을 해도 제대로 된 강제 조치가 없습니다. 시간이나 노력에 비해 실제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조차 의문입니다.

층간소음 가해자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법을 만들 수는 없나요? 언제까지 피해자들이 이사를 다녀야 하나요?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해법
층간소음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흔히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우퍼 스피커 등을 통한 보복소음입니다.

보복소음은 그 순간은 통쾌한 마음이 들지 모르지만, 반드시 윗집의 재보복이든 다른 주민의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니 최대한 자제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가만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3단계 해법을 제시해봅니다.

현 상황에서 1단계는 ’우퍼 트는 집‘이라고 지적한 아파트 커뮤니티에 본인의 층간소음 피해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일입니다. 보복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정황을 알리는 것입니다. 그럴 뜻은 전혀 없었지만 다른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 것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사과해야합니다.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해야 합니다.

2단계는 아파트 관리소에 층간소음관리위원회 구성을 공식적으로 요청하시고 이와 더불어 아파트 커뮤니티에 층간소음 해결을 위한 방안제시를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층간소음 문제가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파트 전체 문제임을 공론화하는 겁니다. 층간소음으로 골머리를 앓는 주민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적잖은 효과를 볼 것입니다.

그 다음 단계는 본인이 겪고 있는 층간소음 정도와 위치를 녹음 및 기록하고 이를 관리소에 제출해 피해 사실을 객관화하시기 바랍니다. 구체적인 증거를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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