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논란, 경찰대로 불똥… “개혁 방향 공감” vs “내부 갈라치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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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 갈등]
이상민 장관 “불공정 해결 당연”… ‘경찰대 개혁’ 연이틀 의지 표명
비경찰대 출신 “승진 제한 사실”… 경찰대 출신 “특혜 상당부분 폐지”
경찰국장에 비경찰대 출신 임명할듯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연일 ‘경찰대 개혁’을 강조하는 것을 두고 일선 경찰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초반에는 경찰대 출신은 물론이고 비(非)경찰대 출신 중에서도 “경찰 조직을 갈라치기 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하지만 순경 출신 경찰 등을 중심으로 “경찰 발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반응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 이상민 “불공정 해결 당연”
이 장관은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정 직역이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거나 반대로 이익을 받는 불공정을 해결하는 건 당연하다”며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경찰대 개혁’을 재차 언급했다. 또 “행정고시는 시험을 보지만,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만으로 남들이 20년 걸려야 가는 자리부터 시작하는 건 불공정하다”고 했다.

경찰대 졸업 후 순경보다 세 계급 위인 경위로 임용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경위는 일선 경찰서의 형사반장 또는 지방의 파출소장급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총경 이상 계급 754명 가운데 경찰대 출신은 469명으로 62.2%에 달한다. 반면 순경 출신은 88명으로 11.7%에 불과하다.

30년 경력의 비경찰대 출신 경정은 “순경 출신이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것에 제한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서울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비경찰대 출신 경위는 “암암리에 경찰대 출신들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했다. 전직 경찰관 등의 모임인 ‘대한민국무궁화클럽’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대 폐지”를 촉구했다.
○ 초대 경찰국장 비경찰대 출신 임명할 듯
하지만 경찰대 출신을 중심으로 ‘경찰대 힘 빼기’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경찰대 출신의 한 경감은 “이미 경찰대 출신에 대한 특혜가 상당 부분 사라진 상황에서 경위 입직이라는 보상까지 사라진다면 많은 경찰대생이 로스쿨 등으로 빠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경찰대 출신에 대한 혜택은 상당 부분 축소되거나 폐지됐다. 2018년 마련한 개혁안에 따라 경찰대 신입생은 지난해부터 100명에서 50명으로 축소됐다. 나머지 50명은 일반 대학생(25명)과 현직 경찰(25명) 편입생으로만 받는다. 2019년 입학생부터는 군복무를 의경 소대장으로 대체하던 혜택도 사라졌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경찰대 교육과정이 일반 대학처럼 운영되다 보니 경찰대를 졸업한 후에도 실무는 새로 배워야 한다”며 경찰대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임준태 동국대 경찰사법대 교수는 “다음 달부터 편입생 1기 선발이 시작된다. 경과를 지켜보고 효과가 없으면 개혁 얘기를 꺼내도 늦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대 개혁’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졸업생 경위 자동 임용 제도를 손보거나 경찰대를 폐지하려면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야당이 동의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이 장관이 경찰국 인사지원과 과반을 비경찰대 출신으로 채운 다음 비경찰대 출신을 중용하면서 점진적으로 경찰대 출신의 힘을 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장관은 다음 달 2일 신설되는 경찰국 초대 국장에 대해 “경찰대, 간부후보생, 고시 출신의 구별을 두지 않겠다”며 비경찰대 출신 임명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경찰국#경찰#경찰대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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