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피해자 조사 때 영상녹화물 앞뒤 잘렸다면 증거 인정 안돼”

  • 뉴스1
  • 입력 2022년 7월 7일 12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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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2.3.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2.3.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 등의 진술입증을 위해 조사과정을 녹화했다면, 조사 개시 시점부터 완료 이후 조서를 열람하고 서명을 하는 부분까지 녹화가 되어야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앞부분이나 뒷부분이 잘린 영상녹화물로는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참고인 등의 진술조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공갈 및 특수협박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충남 서산 시내 폭력조직 소속인 A씨와 B씨는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인근 영업장 업주들로부터 보호비 명목으로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공갈)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들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A씨에게 징역 4년, B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2심은 공갈혐의와 관련해 A씨의 가담 사실이 증명되지 않아 무죄로 보고 폭행 등 다른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B씨는 징역 3년6개월이 그대로 유지됐다.

이 사건의 쟁점은 피해자들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을 법정에서 입증하기 위해 조사과정 전체가 녹화되지 않은 영상녹화물이 제시됐다면, 실질적 진정성립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진정성립이란 조서와 같은 어떤 문서 등이 조사를 받은 사람의 의사대로 이뤄졌는지를 입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참고인 등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조서에 대해 자신이 진술한 내용이 맞다고 인정하는 과정이다.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 중 일부가 증언을 위해 법정에 나왔는데,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진술조서에 대해 실질적인 진정성립을 인정하는 진술을 하지 않거나 명시적 진술을 하지 않았다. 한 피해자는 법정에서 자신에 대한 진술조서의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조서에 서명을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이들이 진술을 하는 영상녹화물을 근거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삼아 A씨와 B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하급심이 유죄의 근거로 삼은 영상녹화물에 경찰관이 녹화를 하겠다고 고지하는 장면은 담겼으나 피해자들이 조서를 열람하는 장면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아닌 자에 대해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하기 위해 영상녹화물의 조사를 신청하려면 조사가 개시된 시점부터 조사가 종료되어 조서에 서명을 마치는 시점까지 전 과정이 녹화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상녹화 전 동의를 받고 이에 관해 서명한 영상녹화 동의서도 첨부해야 한다”며 “이를 위반한 영상녹화물에 의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서의 실질적 진성성립을 증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다만 피해자의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나머지 증거만으로 A씨 등에 대한 유죄가 인정된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전에 피해자들로부터 서면동의를 받지 않고 조사 전 과정이 녹화되지 않은 영상녹화물에 의해선 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이 증명되지 않다고 본 판단”이라며 “구체화된 법리로서 내린 첫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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