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검수완박’ 반대, 헌법질서 파괴 행위”…민주당 “檢이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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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8일 19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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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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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상 규정된 검사의 책무 수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헌법질서 파괴 행위다.”(권순정 부산지검 서부지청장)

“공직자의 본분을 망각하고 국회의 정당한 입법 활동에 대한 집단적 반발 움직임을 조성하는 검찰의 행태에 대해 엄중 경고한다.”(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

검찰과 민주당이 8일 정면 충돌했다. 민주당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 움직임을 본격화하자 대검찰청을 비롯해 각 지방검찰청에서 반대 의견을 봇물처럼 쏟아내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 발칵 뒤집힌 檢 “검수완박, 대가 치를 것”


검찰의 집단반발은 이날 오전 권상대 대검 정책기획과장(부장검사)이 김 총장의 재가를 거쳐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면서 가시화됐다.

권 과장은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사보임 소식을 언급하며 “이번 사보임으로 국회법상 안건조정위가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이 동일한 의견을 갖고 있으면 소위심사를 종료하고 전체회의, 본회의 일정이 한달 내에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날 국회 법사위에서 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빠지고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들어간 것이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것이다. 권 과장은 “지난해 공수처법, 언론중재법 등에서 비슷한 형태의 사보임을 통해 안건조정위가 무력화됐던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글을 신호탄으로 이프로스에 종일 민주당의 법안 처리 움직임을 성토하는 댓글과 게시글이 쏟아졌다. 노정환 대전지검장은 “조선시대 500년 역사에서 사헌부(조선시대의 검찰) 자체를 부정하고 폐지한 것은 연산군 뿐이었다”며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사헌부도, 사간원도 두려워 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영진 의정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는 “특정 세력을 보호하기 위해 입법권을 사유화하는 것”이라며 “대의 명분 없이 추진하는 검수완박은 분명히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검사는 “껍질에 목을 넣는 거북이마냥,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마냥 사라져 버리는 분들을 조직을 이끄는 선배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며 검찰 지휘부를 비판했다.

검찰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남은 것은 여론전 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검수완박에 반발하며 총장직을 사퇴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 때까지 법안 처리를 막아야 한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검찰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검찰 개혁을 내세우면서 적폐이자 개혁 대상으로 몰렸던 설움이 이번에 폭발한 것”이라고 했다. 검수완박이 현실화될 경우 검사들의 줄사표 등 집단반발이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 민주당 강경파 “검찰이 자초”


하지만 민주당은 윤 당선인 취임 전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마무리할 태세다.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회 법사위 위원 사보임에 검찰 전체가 난리난 것처럼 들썩이니 황당하다”며 “민주당은 ‘검찰을 위한 검찰’이 ‘국민을 위한 검찰’로 환골탈태할때 까지 검찰 개혁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반발하더라도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법사위 간사인 박주민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 나와 “수사, 기소 분리가 더 돼야 된다는 방향성에 대해선 거의 이견이 없다”며 “검찰개혁을 할 때 질질 끄는 게 오히려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주더라. 이번에 진짜 하기로 약속 했으니 최대한 빨리 끝내자는 측면이 더 강하다”고 했다.

검수완박 논의는 민주당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가 주도하고 있다. 윤 당선인의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종료일인 5월 9일까지 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일부 열성 지지자들도 ‘문자폭탄’을 보내며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온건파 의원들 사이에선 입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열린 중진 의원 간담회에서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게 단독 처리하면 후폭풍이 생길 것”이라는 취지의 반대 의견이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검찰 관련 입법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국민의힘 김기현 전 원내대표는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을 찾아가 “(어제 사보임은) 국회 규칙에도 맞지 않고 국회의 전통과 관례에도 맞지 않는 매우 이상한 조치”라며 “교섭단체 의견을 듣지도 않고 일방적 폭거를 저질렀다“고 항의했다. 또 사보임의 원상복구를 요구했다.

한편 윤 당선인은 이날 검찰 반발에 대해 기자들과 만나 “나는 국민들 먹고 사는 것만 신경 쓸랍니다”라고 거리를 뒀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총장 시절 “‘검수완박’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서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고 국가와 정부에 헌법상 피해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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