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비싸도 GO ②한곳 머물기 ③관광보다 휴양… 여행 트렌드도 달라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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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새 해외여행 예약 472% 증가… “갈수 있을때 가자” 금액 안따져
터키 일주 등 단일국가 여행 선호… 코로나 피로감에 ‘쉬는 여행’ 원해

2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탑승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입국자에 대해 자가격리를 면제한 가운데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25~27일 인천공항을 이용한 승객은 4만 6926명으로, 일주일 전인 18~20일 4만 162명에 비해 16.84% 증가했다. 2022.3.29/뉴스1 © News1
2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탑승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입국자에 대해 자가격리를 면제한 가운데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25~27일 인천공항을 이용한 승객은 4만 6926명으로, 일주일 전인 18~20일 4만 162명에 비해 16.84% 증가했다. 2022.3.29/뉴스1 © News1
직장인 이모 씨(24)는 6월에 출국하는 하와이 왕복 항공편을 140만 원에 예매했다. 신혼여행객 수요가 몰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비수기 기준)보다 두 배나 비쌌지만 흔쾌히 결정했다. 이 씨는 “항공권과 숙박비, 식비 등 여행경비가 200만 원은 거뜬히 넘지만 갈 수 있을 때 가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해외 입국자의 자가 격리가 면제된 이후 항공권과 여행상품이 ‘완판’되는 등 해외여행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여행 트렌드도 달라지고 있다. 비싸도 일정만 맞으면 여행을 떠나는 ‘여행 플렉스 현상’이 뚜렷해졌고 여러 국가를 도는 것보다 단일 국가의 중소도시를 일주하며 관광지보다 휴양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 “서유럽 4개국보다는 터키 도시 일주”

29일 모두투어에 따르면 자가 격리 면제가 발표된 뒤인 이달 14일부터 28일까지 2주 동안 해외여행 예약 인원은 직전 2주보다 472% 증가했다. 한 국가를 관광하는 상품이 많아진 점도 눈에 띈다. 기존 ‘서유럽 4개국’처럼 인접국을 함께 둘러보는 상품에서 이제는 ‘터키 퍼펙트 일주 9일’처럼 한 국가에 오래 머무르는 게 대세가 됐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멀티 국가 상품이 60%가 넘었지만 현재 단일 국가 상품이 80%나 된다”며 “코로나19로 국경을 넘을 때 입국 절차가 까다로워진 영향도 크다”고 했다.

터키와 두바이 등 기존 비(非)인기 여행지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모두투어에 따르면 최근 2주간 신규 예약이 많았던 여행지는 터키(29%), 스페인(28%), 중동(26%), 서유럽(10%) 순으로 높다. 2019년 같은 기간 터키와 중동은 각각 4%와 5%에 그쳤다. 이는 국내 항공사들이 아직 서유럽, 미국 등 장거리 항공편 재개를 본격화하지 않아 터키와 중동 국적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 보복소비 대신 ‘항공권 플렉스’

항공편이 충분히 증설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가 많아진 데다 고유가까지 겹치면서 최근 항공권 가격은 전보다 크게 올랐다. 29일 항공권 통합 예약사이트에 따르면 7월 첫째 주 호주 시드니 왕복 항공권 가격 최저가는 180만 원이다. 2019년 7월 중국 난팡항공의 특가 왕복 항공권은 35만 원 수준이었다. 정기윤 하나투어 상무는 “최근 가격 인상은 항공사들이 편성을 축소하며 특가 등 할인행사가 사라진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격보다는 일정을 우선시하는 소비자가 늘며 예약률은 별 영향이 없다. 2년여 만에 재개된 해외여행에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력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제대로 여행하고 싶다는 보복 심리와 안전한 여행에 대한 욕구가 더해져 비싸도 신뢰할 수 있는 상품을 원하는 이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호 여행지는 관광지보다는 휴양지로 바뀌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로감 등으로 휴양을 선호하는 데다 국내 항공사들이 하와이·괌·세부·사이판 등 휴양지 위주로 1분기(1∼3월) 국제선 운항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미뤘던 신혼 여행객들의 수요가 늘며 하와이와 몰디브 등이 인기를 끈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본격화되면 여행 문화에 방역과 안전 등을 고려하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는 등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해외여행#트렌드#포스트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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