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 깔고 슬리퍼도 신었는데…” “시끄럽다니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0일 11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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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2부]

윗집(층간소음 발생 가구)은 매트도 깔고, 슬리퍼도 신고, 애들 뛰는 것 조심시키고, 나름대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랫집(층간소음 피해 가구)의 항의가 그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예민하면 아파트 살지 말고 단독주택 이사 가시라!”고 말해 그 말이 아랫집을 더욱 자극해 갈등이 증폭되기도 합니다.

층간소음의 고통은 아랫집만 겪는 것이 아닙니다. 윗집도 고통도 겪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갈등이란 서로 맞부딪쳐야 일어납니다. 부딪히면 크든 적든 쌍방 모두가 피해를 입기 마련입니다.

그래도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 요령껏 대처하다보면 분노가 누그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차피 이사 보내지 못하고, 당장 이사 가지 못할 바에는 현실적 노하우도 중요합니다.

아래 내용은 실제 있었던 민원 내용입니다. 층간 소음 관련 고충과 갈등해소를 위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나도 할 만큼 했는데’…하루 수차례 항의 방문
세종시 한 아파트에 사는 홍군표씨(30대 남성·가명)씨는 2019년 이사를 하면서 방마다 소음방지 매트를 깔았다. 거실에는 매트 위에 카페트까지 덮었다. 부인과 두 아이(4살, 6살)에게는 모두 실내 슬리퍼를 신도록 했다.

이사 오기 전 아파트에서 하도 아랫집으로부터 층간소음 항의를 받고 분쟁을 겪은 터라 새로 이사를 하면서 처음부터 방비를 단단히 하겠다고 마음먹은 터였다.

그런데 이사 온 지 보름 만에 아랫집에서 층간소음이 심하다면 항의가 왔다. 이 말을 듣고 더욱 더 조심했지만 이후에도 항의가 그치질 않았다.

심지어는 “식사할 때 식기 소리가 나지 않게 해라” “수도 트는 소리가 들리니까 수도꼭지를 약하게 틀어달라” “ 화장실 사용하는 소리가 시끄러우니 밤에는 화장실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등 아주 구체적이고 세세한 부분까지 지적하기 시작했다.

홍씨는 더는 아랫집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아주 약한 소음 정도는 어쩔수 없는 것 아니냐”며 항의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아랫집은 “시끄러우니 그런 것 아니냐”며 계속 하루에도 여러 차례 올라와 항의를 했다.

아랫집에서 항의 차 방문할 때마다 말싸움이 벌어졌다. 심지어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해법
항의가 들어오면 윗집은 우선 아랫집과 대화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야합니다. 매트나 실내 슬리퍼 착용 등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을 사진으로 찍어 관리소 등을 통해 전달하거나 아랫집을 초대해 직접 확인시켜주는 것도 좋습니다.

이런 성의만으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소음이 줄어야합니다. 매트의 설치상태와 위치를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층간소음에 가장 취약한 장소인 부엌과 현관에서 안방 등으로 가는 통로부분에는 매트를 설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함께 매트나 실내 슬리퍼가 모든 소음을 차단하지 못한다는 것을 윗집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매트는 뛰는 소음이나 강한 ‘발망치’ 즉 중량 충격음에는 큰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매트를 깐 상태에서 아이들을 뛰게 하고, 심한 발망치 소음을 발생시킨 상태에서 윗집과 아랫집이 함께 그 소음을 들어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 서로의 오해를 풀고, 실제 소음을 줄이는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모든 생활소음을 없애는 것은 우리나라 아파트 빌라의 설계 구조상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가장 심한 소음과 시간대를 중심으로 줄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당사자끼리 말해봐야 해결은커녕 갈등만 커질 경우에는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합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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