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윗집 ‘발망치’ 소음…“가족들도 내 고통 몰라줘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3일 09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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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2부]

동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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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인 동시에 ‘층간소음 공화국’입니다. 빌라, 연립주택도 층간소음 고통은 마찬가지입니다.

‘층간소음 공화국’이란 말은 우선 그만큼 이로 인해 고통을 겪는 사람이 많다는 점입니다.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정식으로 접수된 민원 건수가 2019년 2만6057건, 2020년 4만2250건, 2021년에는 4만6596건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신고 안하는 그냥 참고 사는 가구에 비하면 신고 건수는 극히 일부일 것입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층간소음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정부 산하기관의 설문조사도 있었습니다.

둘째는 층간 소음의 고통은 ‘안 당해 본 사람은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우 심하다는 점입니다. 한 달 두 달도 아니고 1년 2년 이상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신경성 위장 출혈은 물론 정신과에 다닌다는 호소가 많습니다.

피해를 호소하며 방법을 찾아달라고 보내오는 메일 가운데는 ‘층간소음 때문에 왜 폭행 살인이 일어나는 지 이해가 간다’는 말이 자주 들어 있습니다.

미세먼지, 유해식품 같이 국민들을 괴롭히는 유해 환경이 많습니다. 그런데 층간소음 만큼 스트레스를 직접적으로 그것도 지속적으로 주는 고통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고통을 호소하는 메일을 하나 소개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 지도 해법도 찾아봅니다. 사소하게 보일지 몰라도 당사자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큰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아래 내용은 실제 있었던 민원 내용입니다. 층간 소음 관련 고충과 갈등해소를 위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10년째 윗집 발망치 소음에…고통 몰라주는 가족도 ‘섭섭’

서울 구로구 천왕동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 20대 후반 청년(여성)입니다.

2012년에 입주했습니다. 입주한지 얼마 되지 않아 윗집에서 쿵쿵 발망치 소리가 들렸습니다. 소음에 예민하지 않던 아버지께서도 거슬린다며 약간 짜증을 내셨습니다.

직접 올라가 항의도 했습니다. 나아진 게 없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슬리퍼를 직접 사서 윗층으로 올라가셨고 고충을 이야기 했더니 “필요 없다. 우리 집에서 내 맘대로도 못하냐”며 “직접 들어보겠다”고 했습니다. 들어보더니 “조금 들리네요”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였습니다.

하루는 소음이 심해서 인터폰으로 이야기 했더니 윗집 아줌마가 내려와 “당신보다 나는 아파트 생활 오래했고 매너 지키면서 산다”고 소리를 쳤습니다. 거의 하루 종일 소음이 들리고 주말에는 코고는 소리까지 들립니다.

자주 악몽을 꾸고 ‘윗집 아주머니 다리를 부러뜨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10년째입니다. 충분히 이해해주지 않는 가족들이 미웠습니다. 한번은 목발을 짚게 된 때가 있었습니다. 움직이는 게 불편해서 바퀴달린 회전의자에 앉아 이동하려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밑에 집 시끄럽게 하지 말라”며 의자를 끌지 말라고 했습니다. 남의 기분은 생각해 주면서 딸 생각은 하지 않아 많이 섭섭했습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해봅니다

건설사들이 애초에 제대로 설계 시공을 해야겠습니다. 층간소음 발생시 일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정부나 지자체는 3진 아웃제를 도입하면 좋겠습니다. 경고가 3회 이상 누적되면 퇴거 명령을 내리든지, 아니면 아파트 청소 봉사활동이라도 시키는 제도가 도입되면 좋겠습니다. 관리사무소도 소음에 관련한 실태를 자세하게 안내해 주면 좋겠습니다.

주민들은 만약 다른 세대에서 항의가 들어오면 부정 하지 말고 경청하고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가족의 경우 “너 혼자 왜 그러니?”라고 하지 말고 (예민한 정도가 다른 만큼)이해하는 태도를 보여 줘야합니다.

하루 빨리 층간소음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해법
층간소음은 건축 설계와 시공을 제대로 하면 근본적으로 해결될 문제입니다. 이는 제도적 문제입니다. 또 앞으로 제도가 바뀐다고 해도 기존 아파트 빌라의 층간소음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우선 급한 대로 개인적 차원의 접근방법을 제시해보겠습니다.

위 메일의 피해 내용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윗집의 소음 자체이고, 둘째는 가족들이 자신의 피해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윗집 소음 부분에 대해 먼저 해법을 제시해보면, 먼저 본인 가장 피해가 심한 시간대(예를 들어 하루 중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만 소음을 주의해 줄 것을 윗집이 아닌 관리소를 통해 메모로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 우선적으로 관리소 직원이 직접 소음원을 들어 보도록 하시고, 이와 더불어 본인의 가장 피해가 심한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윗집의 소음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시기 바랍니다.

메모가 한 두 차례 전달되면 명시한 시간대에 일부 발망치 소리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일부라도 효과가 있다면, 다음 단계로 관리소를 통해 감사의 의미로 윗집에 슬리퍼를 선물하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가족 이해 부족 문제입니다. 같은 가족이지만 층간소음에 대한 민감도가 얼마든지 다를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경우 가족들은 덜 예민한 것 같습니다. 또 딸이 층간소음으로 더 큰 사고를 칠지 모른다는 걱정에서 참으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이럴 때는 층간소음 문제를 본인이 직접 호소하는 것보다 소음을 들어본 관리소 직원이나 전문가를 통해 층간소음의 피해의 심각성을 전달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그러면 피해자가 유난히 민감하거나, 엄살 부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알리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때 가족들과 함께 해법을 찾아 나서는 게 나을 듯 합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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