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피해 극단선택…2심도 “유족급여 지급”

  • 뉴시스
  • 입력 2022년 2월 9일 15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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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선 기자 = ‘낙하산 인사’로 인해 채용 과정에서 탈락하고 정신적 고통을 겪은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환경부 공무원의 유족에게 유족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9일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판사 배준현)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등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

30년 넘게 환경부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한 A씨는 지난 2018년 5월 환경부 산하 H기술원 상임이사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서류와 면접 등을 거쳐 최종후보 3인에 올랐고, 최종후보 중 한 명이었던 B씨가 청와대 인사 검증 단계에서 탈락하자 A씨를 포함한 2명이 최종후보가 됐다.

하지만 A씨는 같은해 7월23일 한 간부회의에서 “상임이사 직위에 외부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원내에 충족하는 사람이 없어 다시 임용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듣자 자신의 수첩에 신변을 비관하는 글을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본래 근무지로 전보가 검토되자 인사팀장에 강한 거부 표시를 하고 정신질환을 호소하다 같은해 12월4일 ‘인사권자와의 생각 차이에 따른 자괴감, 모멸감 등’을 표시한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 유족에게 “통상 공개모집 과정에서 탈락에 따른 충격과 고통은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했다.

이에 A씨 배우자는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가 지원한 심사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다. 채용 불발과 좌천성 인사까지 예상되자 A씨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당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환경부장관이 내정한 추천자 B씨가 청와대 인사 검증에서 탈락하자 H기술원 내부에선 A씨를 임명하자고 건의됐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인사권을 남용해 산하 공단의 임원에게서 사표를 받아내고 일부 내정자 선발을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대법원은 최근 김 전 장관의 상고심에서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을 확정했다. 일명 ‘환경부 블랙리스트’로 불렸던 사건이다.

검찰은 당시 환경부가 B씨를 임명하기 위해 후보자 추천 절차를 형해화 한 것으로 의심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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