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치료’ 내일 시작인데… 지자체들 “상담센터 아직 준비중” 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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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대확산] 재택치료 관리체계 개편 혼선


정부의 방역·의료체계 개편으로 10일부터 무증상·경증 재택치료자 관리는 동네 병원과 지방자치단체의 24시간 재택관리지원 상담센터가 맡는다. 하지만 막상 상담센터를 운영해야 할 지자체는 준비가 거의 안 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들은 정부가 충분한 사전 논의와 준비 기간 없이 3일 후부터 센터를 운영하라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난감한 표정이다.
○ “정부, 오전 발표하고 오후 통보”
정부는 7일 재택치료 관리체계를 개편한다고 발표하면서 만 60세 이상 등을 제외한 일반관리군을 전화 모니터링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필요하면 동네 병·의원이나 지자체 상담센터에 전화를 해 비대면 진료나 상담을 받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7일부터 지자체 중 가장 먼저 운영을 시작한다고 발표한 서울시 상담센터는 사실상 가오픈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는 개통됐지만 정작 재택치료자에게는 번호도 공지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 개편안이 시행되는 10일에 맞춰 본격 운영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센터를 만든 서울시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당장 10일까지 센터 설치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는 지자체도 적지 않다.

대구시 관계자는 “10일부터 운영하는 걸 목표로 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하루 이틀 늦어질 수도 있다”며 “늦어지면 일단 보건소가 대신 관리를 맡을 방침”이라고 했다. 경기도 관계자도 “중대본 발표 직후인 7일 오후에야 정부 연락을 받아 급하게 협의 중이지만 상담센터를 바로 구축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상담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의료인력 선발, 장비 설치, 상담 매뉴얼 제작, 시민 홍보 등이 필요한데 이 같은 준비를 할 시간을 정부가 전혀 주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 환자 폭증 감당할 수 있을까
8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 신속항원 검사를 마친 시민들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재명기자 base@donga.com
8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 신속항원 검사를 마친 시민들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재명기자 base@donga.com

지자체 상담센터를 맡아 운영해야 할 병원들은 확진자가 얼마나 늘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24시간 운영이라 부담도 크다.

광주시와 일선 구의 5개 보건소 직원들은 7일 오후 6시 상담센터 설치를 두고 긴급회의를 가졌다. 고민 끝에 기존 지정된 재택치료 기관 중에서 구별로 상담센터를 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8일 오후 1시까지 상담센터를 운영하겠다고 손을 든 곳은 광주 서구의 병원 한 곳뿐이었다.

상황이 이러하자 지자체 상당수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으로 상담센터를 구성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충북도는 기존에 운영 중인 재택치료관리기관 19곳 가운데 3곳을 상담센터로 지정할 예정이다. 경기도 관계자도 “상담센터에 신규 의료 인력을 투입할 여건이 안 돼 기존 코로나19 담당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야간 등에 문의가 몰릴 경우 상담이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는 상담센터에 상담 요원을 30여 명 배치할 예정이지만 24시간 운영임을 감안하면 동시 근무 인원은 10명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재택치료자는 8일 이미 3만5000명을 넘었다.

“충분히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도 재택치료가 방치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민들의 우려도 크다. 재택치료 중인 이모 씨(29·인천)는 “지금도 보건소나 병원에 전화하면 통화량이 많아 연결이 안 되는 일이 많은데 상담센터가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사실상 방치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 ‘산소마스크 병상’ 부족도 불 보듯
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는 상태가 나빠지면 입원 병상을 배정받게 되는데 향후 환자 폭증 시 경증과 중증 사이의 중등도 환자 병상이 특히 부족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등도 병상에선 산소마스크 치료가 가능하다. 여기서 치료를 받고도 증상이 악화되면 인공호흡기나 인공심폐기(에크모) 치료가 가능한 중환자 병상으로 옮겨진다. 중등도 병상은 재택치료자가 위중증으로 악화하거나 숨지지 않도록 하는 ‘1차 방어선’인 셈이다.

7일 현재 확보된 전국 중등도 병상은 1만9415개. 병상 가동률은 54.0% 수준이지만 지금처럼 하루 신규 확진자 5만 명을 넘는 상황이 이어지면 조만간 병상 부족 현상이 예상된다. 정부 예측대로 이달 말 하루 확진자가 13만 명에서 17만 명까지 나오면 중등도 병상 부족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해질 수 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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