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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사회

한명숙 남편, 53년 만에 무죄…“당시 정치·사법의 피해자”

입력 2022-01-28 12:10업데이트 2022-01-2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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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 시절 ‘통일혁명당(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13년간 복역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남편이 53년 만에 무죄 판단을 받았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산 박성준 전 성공회대 교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통혁당 사건은 1968년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대규모 간첩 사건이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주범 김종태 등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남한에서 반정부·반국가단체 활동을 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 전 교수는 이 사건에 연루돼 1969년 1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여기에 불복했지만, 대법원이 같은 해 1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1981년까지 13년을 복역했다.

박 전 교수는 2018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52년 만인 지난해 재심이 개시됐다.

재심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박 전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박 전 교수가 1968년 8월 영장 없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한 자백이 유죄의 증거가 됐다고 지적했다. 박 전 교수는 1968년 8월3일 영장 없이 중앙정보부에 연행됐고, 같은 해 8월6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여러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에 대해서는 뚜렷한 증거가 없어 확답할 수 없다”면서도 “피고인이 영장 없이 3~4일 동안 구금돼 있었던 것이 분명한 이상 그 당시 한 진술은 모두 임의성 없는 것으로 봐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전 교수와 같은 혐의를 받은 고(故)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 등 관계자들의 당시 법정 진술도 대부분 범행을 부인하는 취지여서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 당시 기준에 의하더라도 영장 없는 구금, 임의성 없는 자백들은 증거능력이 없다”며 “공소사실 자체로만 봐도 이 법으로 처벌하고자 하는 어마어마한 국가적 위협이라고 보기에는 현저히 부족하다”고도 했다.

특히 재판부는 “시대가 바뀌고 전향적 판결을 해 결론이 달라진 게 아니다. 그때 당시 법에 의해서도 유죄 판결 할 수 없는 사안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전 교수가 어느 정도 민주화에 공헌을 했고, 사회적 활동을 했는지 저희 재판부가 기록과 증거로만 판단할 수 없지만, 이 기록과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그 당시 정치와 사법의 희생자였다”며 “그런 희생으로 오늘날 민주주의가 왔는 지는 알 길이 없지만, 저희가 할 수 있는 말은 그 당시 법에 의하더라도 무죄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교수는 구부정한 자세로 피고인석 책상에 양손을 댄 후 고개를 숙인 채 재판부 판결을 들었다. 이날 재판에는 한 전 총리도 자리했고, 재판이 끝난 후 박 전 교수와 함께 온 이들은 박수를 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7월에는 박 전 교수와 같은 혐의를 받은 박모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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