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 신상공개, 올해 8명 ‘최다’… 7명이 스토킹 등 여성-약자 대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여성대상 범죄, 사회 관심 높아져… 피의자 신상공개 증가에 영향”
‘신변보호 여성 가족 살해’ 혐의, 25세 이석준도 신상정보 공개


경찰이 14일 신변보호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준(25·사진)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이 올해 신상을 공개한 강력범죄 피의자는 이석준을 포함해 총 8명이다. 2010년 신상공개제도 도입 이후 가장 많다. 이 중 7명은 여성 및 약자, 스토킹 대상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등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강력범죄 피의자 2∼5명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 등 신상이 공개됐다. 올해는 지난달 24일부터 약 3주 사이 김병찬(35), 권재찬(52), 이석준 등 3명의 신상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신상공개 된 피의자가 8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2010년 개정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에 따라 특정 강력범죄자의 신상공개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2015년에는 제도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강력범죄 피의자 얼굴 및 신상 공개 지침’을 마련했다.


올해 공개된 8명 중 7명은 스토킹하던 상대방을 해쳤거나, 여성 또는 10대를 공격해 숨지게 한 이들이다. 4월 신상이 공개된 김태현(25)은 지난해 11월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여성 A 씨가 연락을 거부하자 2개월간 A 씨를 스토킹하고, 올 3월 A 씨의 여동생과 어머니, A 씨를 차례로 살해했다. 7월 제주에서는 옛 동거인과 관계가 악화되자 앙심을 품고 동거인의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백광석(48)과 공범 김시남(46)의 신상이 공개됐다.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여성 B 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신상이 공개된 김병찬은 B 씨를 지속적으로 스토킹하다 결국 살해했다. 이석준도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어머니를 숨지게 하고 13세인 동생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이석준이 범행을 모두 시인하고 있고, 현장 감식과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충분한 증거가 확보돼 있다”며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 효과와 2차 피해 우려 등 공공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최근 스토킹이나 약자 대상 범죄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관련 피의자 신상공개도 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 등을 대상으로 하는 살인이나 스토킹 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감수성이 높아졌고, 그만큼 국민적 분노도 커진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공개위원회는 공개 여부 검토 때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인지, 사회 불안을 일으키는지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약자나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공분이 커지는 만큼 신상공개제도도 국민의 법감정에 일부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강력범 신상공개#여성대상 범죄#이석준 신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