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에 사실상 백신 강요” vs “12~18세 보호위해 방역패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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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역패스 논란] ‘학원 방역패스’ 딜레마

식당도 방역패스 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 유리문에 방역패스 실시와 모임 허용 인원 변경을 안내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정부의 방역조치 강화에 따라 6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4주간 수도권 6명, 비수도권 8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식당도 방역패스 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 유리문에 방역패스 실시와 모임 허용 인원 변경을 안내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정부의 방역조치 강화에 따라 6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4주간 수도권 6명, 비수도권 8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어른들이 방역에 실패해 놓고, 학원을 볼모로 아이들에게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것 아닌가요?”(서울 송파구 학부모 A 씨)

정부가 3일 12∼18세 소아·청소년 대상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 방침을 발표한 이후 주말 내내 논란이 뜨겁다. 학부모는 물론이고 전문가 사이에서도 전체 사회의 안전을 위해 감수해야 할 결정이란 의견과 사실상 미성년자에 대한 ‘백신 접종 강제’라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선다. 방역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 학부모·학원 불만…“학습권 침해”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조치가 사실상의 ‘백신 접종 강제’로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3일 ‘아이들에게 백신 강요하지 마세요!’라는 글이 올라와 5일 오후 기준 7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무조건적인 방역패스 도입에 반대합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 자격 박탈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도 이어졌다. 1일 기준 12, 13세 접종 완료율은 각각 4.3%, 7.0%로 접종 연령이 낮아질수록 백신에 대한 부모들의 우려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 유행의 심각함을 이해하지만 대다수 학생이 학원에 다니는 현실을 고려할 때 학원도 ‘필수 시설’로 간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강남구의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급식도 하지만, 학원은 1, 2시간 머무는 데다 취식하는 공간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서초구의 학부모는 “변이 바이러스까지 나오며 백신 효과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데 갑자기 아이들에게 접종을 강요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화가 난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강남구의 또 다른 학부모는 “접종 부작용이 두렵다면 학원을 안 보내거나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한다”며 “확산세가 심각한 만큼 해볼 수 있는 건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2월 1일로 예정된 방역패스 시행 시기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1, 2차 접종 간격 3주에 2차 접종 뒤 2주가 지나야 접종 완료자로 인정되는 일정을 고려하면 늦어도 이달 말에는 1차 접종을 해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중고교가 이 기간에 기말고사를 치른다는 것이다.

당장 내년 2월부터 방역패스를 적용해야 하는 학원가는 고민이 깊다. 수도권의 한 학원 관계자는 “학원에 방역패스를 적용한다면서 학교는 방학에 들어가고, 결국 접종 책임을 학원에 돌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불이익 아닌 보호” vs “기대 효과 작아”
방역당국이 18세(고3)에 이어 12∼17세 접종도 ‘강력 권고’로 방침을 선회한 것은 소아·청소년 확진자 비율(최근 4주간 인구 10만 명당 99.7명)이 성인(76.0명)을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학교 다음으로 소아·청소년 감염이 많이 발생하는 시설이 학원인 만큼 방역패스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방역당국은 소아·청소년의 백신 접종 효과가 국내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백신 접종 완료율이 10% 미만(1일 기준)인 중학생의 경우 11월 마지막 주 인구 10만 명당 9.1명꼴로 확진자가 발생했다. 반면 대학수학능력시험 전에 대부분 백신을 맞은 고등학교 3학년생의 경우 2.1명 수준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백신 의무화는 미접종자의 치료비 자부담이나 벌금, 외출 금지 정도가 되어야 한다”며 “방역패스는 미접종자 보호 전략”이라고 밝혔다. 또 “청소년 접종은 꼭 필요하고 효과와 안전성도 충분히 증명됐다”며 “지금은 3차 접종, 청소년 접종, 미접종자 접종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위중증 및 사망 환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청소년 방역패스가 ‘고위험군 보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외 코로나19 대응을 연구하는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청소년 접종도 위험보다 이득이 큰 건 맞지만, 이번 정책은 예상되는 불만이 큰 데 비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작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방역을 더 강화하고, 고위험군 추가 접종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편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미성년자 백신#방역패스#백신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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