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80m ‘울산 석유 비축기지’에 1030만 배럴 원유 저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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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지상의 원유 저장탱크 철거 후 건설
공기업-민간기업의 ‘윈윈’사례 꼽혀… 화강암 바위층에 세워 안전성 확보
친환경 시설로 토지이용 극대화

19일 준공된 울산 울주군 온산읍의 한국석유공사 울산 석유 비축기지 내부 모습. 이곳에는 지하에 원유 1030만 배럴을 저장할 수 있다. 국내 9곳의 비축기지에는 전 국민이 106일가량 사용할 수 있는 9700만 배럴을 저장하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19일 준공된 울산 울주군 온산읍의 한국석유공사 울산 석유 비축기지 내부 모습. 이곳에는 지하에 원유 1030만 배럴을 저장할 수 있다. 국내 9곳의 비축기지에는 전 국민이 106일가량 사용할 수 있는 9700만 배럴을 저장하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유비무환(油備無患).’

한국석유공사가 최근 완공한 울산 울주군 온산읍 ‘울산 석유 비축기지’ 지하 터널 입구에 붙어 있는 글귀다. 준비가 되어 있으면 우환을 당하지 않는다는 ‘유비무환(有備無患)’에서 ‘기름을 비축하고 있으면 우환을 당하지 않는다’로 바꾼 것이다.

19일 울산 석유 비축기지 준공식을 마친 뒤 한국석유공사 직원의 안내를 받아 지하 비축기지로 차를 타고 들어가 봤다. 철저한 보안구역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일반에 개방하지 않는 시설이다.

10분 남짓 터널 안 지하로 들어가니 울산 석유 비축기지의 지하공동 원유 저장원리를 그린 조감도가 설치돼 있었다. 이곳에서 비축기지 건설 관계자로부터 공사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울산 석유 비축기지가 착공된 것은 2016년. 지상에 있던 원유 저장탱크 18기(저장능력 1280만 배럴)를 철거하는 대신 지하에 비축기지를 건설한 것. 지상 저장시설 부지 92만여 m²는 인근 에쓰오일에 공장 부지로 매각했다. 에쓰오일은 이곳에 총 4조7890억 원을 들여 ‘잔사유 고도화 설비(RUC)’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복합단지(ODC)’를 2018년 완공했다. 당시 한국석유공사의 지상 저장시설 부지를 공장 부지로 매각한 것은 정부 공기업과 민간기업 간의 대표적인 ‘윈윈’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지하 원유 비축기지에 적합한 암반층은 밀도가 높아 가장 단단한 바위층 가운데 하나인 화강암이 최적이라는 게 석유공사의 설명이다. 화강암을 뚫어 지하 80m 지점에 있는 울산 석유 비축기지는 폭 18m, 높이 30m, 길이 2.96km. 이곳의 원유 저장능력은 1030만 배럴이다. 공사비는 총 3214억 원.

울산 비축기지 준공으로 전국 9개 석유 비축기지의 저장 능력이 총 1억4600만 배럴 수준으로 늘어났다. 국내 석유 비축기지는 울산, 거제, 여수, 서산, 구리, 평택, 용인, 동해, 곡성 등에 있다.

정부는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 파동을 거치고 1980년부터 석유 비축계획에 의거해 석유 비축사업을 추진해왔다. 현재 정부 비축유는 총 9700만 배럴 규모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으로 석유 수입 없이 국내에서 106일가량 소비할 수 있는 양이다. 민간 보유량인 약 1억 배럴까지 더하면 200일의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

지하 석유 비축기지는 지하 바위층을 파낸 공간에 원유를 저장하는 시설이다. 기름은 물보다 가볍고, 물과 혼합되지 않으며 암반 내 지하수압이 원유 누출을 방지하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지하 석유 비축기지는 재해로부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반영구 시설이라는 점, 그리고 경제적이며 친환경 시설인 데다 토지 이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석유공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에너지차관)은 이날 준공식에서 “최근 3년 만에 국제유가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에너지 수급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시기에 석유 저장시설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요소수 등 원자재 수급 불안정 현상이 나타나는 만큼 비축 품목 확대, 수입국 다변화 지원 등 수급 안정화 대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석유 비축기지#배럴 원유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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