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방역 현실은 엉망진창”…한 병원장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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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12일 11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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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한 정신병원 원장이 ‘정신병원에 대한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엉망진창’이라는 취지의 국민청원을 게시했다. © 뉴스1
수도권의 한 정신병원 원장이 ‘정신병원에 대한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엉망진창’이라는 취지의 국민청원을 게시했다. © 뉴스1
수도권의 한 정신병원 원장이 “정신병원에 대한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엉망진창이며, 코호트(동일집단) 격리조치는 건강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잔인한 폭력”이라는 주장을 담은 국민청원을 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11일 ‘엉망진창인 정신병원에 대한 코로나 방역 현실’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12일 현재 900명 이상이 청원에 동참했다.

청원인은 “정신과 거점병원인 국립정신건강센터는 무반응과 비협조, 질병관리청은 감독 회피하고 있다”면서 청원 이유를 밝혔다.

청원인은 자신이 경기 구리시의 한 정신병원 원장이며, 해당 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에서는 지난 1일 환자 A씨가 발열증상이 있어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외진을 보냈는데 A씨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다시 정신병원으로 복귀했다.

그럼에도 안심할 수 없었던 병원장은 2일 모든 직원에 대한 코로나19 선제검사를 진행했다. 같은 날 오후 5시께 서울 강동구보건소로부터 전날 대학병원에서 검사받았던 A씨가 확진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다음 날인 3일 하루 전 진행했던 선제검사 결과가 통보됐는데 이 병원 2층의 환자 19명, 종사자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부분 돌파 감염이다.

이에 대해 청원인은 “방역은 시간과의 싸움인데 대학병원에서 소견서도 없이 발열환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 결과도 확인하지 않은 채 돌려보냈다”면서 “이걸 강동구보건소는 11시간이 지난 뒤에 우리병원에 통보했다. 정상적인 절차라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수본과의 회의 자리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중수본은 관심이 없다. 우리처럼 작은 의료기관에는 조그만 실수에도 모질게 굴면서, 대학병원 또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관대하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2층에는 40여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었는데 서둘러 선제검사한 결과 절반은 감염을 막았다. 환자를 후송해줄 거라 생각했지만 보건당국은 ‘코호트 격리’ 조치했다. 확진된 환자들 때문에 나머지 20명의 입원환자를 희생해야 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또한 “나는 이 조치가 음성 판정을 받은 환자의 건강조차 위협하므로, 확진자의 조속한 이송을 끊임없이 부탁했으나 보건당국은 ‘다른 병실을 만들어서 확진자와 접촉자를 분리하라’고 요구했다. 병실을 한 순간에 만들 수는 없다”며 “그들은 말도 안 되는 요구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 아니면 뭔가 조치를 한 것처럼 보이게 구색을 맞추라는 뜻이었을까”라고 반문했다.

청원인은 “확진된 입원환자들은 고령에 기저질환을 앓고 있다. 우리 환자들은 자신의 증상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 오죽하면 ‘정신과 환자는 첫번째 증상이 사망’이라는 말도 있다. 보통의 환자보다 몇 배 위험하고,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전문 의료기관에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난해 청도 대남병원에서 환자가 줄줄이 죽어 나가는 것도, 코호트 격리라는 이름으로 환자를 방치하기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보건당국이 병상부족을 이유로 이송 거부했다고도 주장했다.

청원인은 위중한 환자만이라도 이송해달라고 누차 부탁했지만 중수본의 대답은 ‘최근 다른 정신병원에서도 코로트 격리 중에 2명이 숨졌다’면서 동문서답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열에 위중한 상태에 이른 환자 B씨가 있어 ‘제발 살려달라’고 방역당국 관계자에게 애원하자 그제야 이송을 결정해줬다. B씨가 구급차에 실려갈 때 마찬가지 입원환자인 그의 남편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복도로 나와 눈물을 흘렸다”면서 “정신과 환자의 목숨이 정상인보다 가볍다고 할 수 없다. 이분들에게 내어줄 병상이 그리도 아까운 것일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두가 예상했던대로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보건당국에서 간호사들을 위험한 작업에 투입하라는 요구가 있었으나 거절했다. 정신과에 특화된 간호사들이지만 감염병 관련 노하우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환자도, 직원도 아무도 보호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병원은 지난 2일 환자 1명, 3일 환자와 종사자 등 22명이 확진된 후 12일까지 누적 38명이 감염됐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 관계자는 “중수본의 방역지침과 지시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 다만 중수본에서 확보한 감염병전담 정신병원 병상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안타까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구리=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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