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보다 목욕탕 들어가기가 더 힘드네”…방역패스 ‘실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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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9일 11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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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목욕탕.(자료사진)/뉴스1 © News1
서울의 한 목욕탕.(자료사진)/뉴스1 © News1
“백신 접종확인서 보여주세요.”
“아니 어제도 보여줬잖아, 뭘 매일 해. 다른 데로 옮기든가 해야지.”

9일 오전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목욕탕에서 80세 할아버지와 사장 간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전날 0시를 기해 실내체육시설을 제외한 고위험 다중이용시설에서 접종증명·음성확인제, 이른바 ‘방역패스(백신패스)’의 계도기간이 종료되면서 접종 확인서를 매번 요구하자 곳곳에서 손님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할아버지가 열쇠를 받고 탕에 들어가자 목욕탕 사장 강미자씨(가명·71)는 “매일 보는 손님인데 이렇게 기분 상할 일이 뭐가 필요한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뭐라 하면서 얼굴 붉히며 갈 때도 있고, 왜 매일 검사하냐고 한다”며 “하고 싶지 않아도 어쩌겠나, 생각보다 백신을 안 맞은 사람이 많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매달 100만원 넘게 적자를 봤다는 그는 대목인 겨울을 앞둔 만큼 제발 흑자가 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씨는 “코로나 이전에는 주말에 100~120명 오던 손님이 50~60명으로 줄었다”면서 “위드코로나로 우리도 살겠구나 싶었는데 방역패스로 더 힘들게 됐다. 하지 말든지, 음성확인서 기간을 늘려달라”고 했다.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목욕탕 데스크에도 방역패스가 도입돼 미접종자 등에 대해서는 출입이 불가하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다만 이 목욕탕 사장 박주미씨(가명)는 위드코로나가 시행된 1일부터 7일까지는 계도기간이란 점에서 PCR 음성확인서가 없는 사람들을 돌려보내진 않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목욕탕은 주로 단골들이 찾기 때문에 어쩌다 한 번씩 오는 경우 다음에 음성확인서 해서 오라고 말한다”며 “확인하는 과정에서 손님 중에선 ‘목욕탕이 청와대 들어가기보다 힘들다’고 하거나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QR체크인 정도만 하면 되지, 방역패스는 안 했으면 좋겠다”라며 “손님들이 알아서 방역 지키고 있고, 걸리면 우리만 과태료 물고 손해지 않나”라고 호소했다.

방역패스 계도기간이 끝난 노래방 상황도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업주들은 토로하고 있다. 한 노래방 운영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주요 손님 연령층이 10~30대 초반인데 백신 미접종자나 음성확인서가 없는 경우 손님들을 돌려보내야 하고, 미성년자도 학생증이 없으면 돌려보내고 있다”며 “연속으로 8팀을 돌려보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한 손님들도 노래방 방역에 의구심을 품고 “소독은 하는 거냐” “안전한 거 맞냐” “코로나 걸리면 책임지냐”고 묻는다며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고 했다.

코인노래방을 운영한다는 점주도 “20대 보고 백신 없다고 늦게 맞으라해놓고 방역패스라니, 2차 접종하고도 14일 지나야한다니 욕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10명 중 3명만 백신을 맞았던데, 마스크 벗고 식당 주점에서 떠드는 건 괜찮고 방이 따로 있는 코인노래방은 왜 안 되는 건지 모르겠다. 탁상행정의 끝판왕인 정부다”라고 했다.

이용권 환불·연장 등을 고려해 14일까지 계도기간이 연장된 실내체육시설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송파구의 한 피트니스 센터에서는 아직까진 계도기간이란 점에서 음성확인서까지 받고 있지 않지만 회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곳 직원은 “이용권 환불을 해달라며 전화가 매일, 많이 온다”라며 “실제 환불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술집은 다 마스크 벗고 있고, 운동할 때는 그렇지도 않은데 얼마나 남에게 피해를 준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방역패스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역패스 위반 사실이 적발되면 시설 이용자는 위반 차수별로 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관리자나 운영자는 1차 위반 시 150만원, 2차 위반시 300만원의 과태료를 내거나 1차 10일, 2차 20일, 3차 3개월 운영중단 명령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4차 위반 시 시설 폐쇄명령도 내릴 수 있다.

접종증명·음성확인 증명서 등을 위·변조하거나 이를 사용한 경우에도 각각 10년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다른 사람의 증명서 등을 부정하게 사용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정부는 방역패스 제도가 위드코로나로 인한 방역상황의 악화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일상회복을 위해 거리두기를 해제하는 가운데 방역관리를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방역상황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며 “보완조치로서 백신접종·음성확인제를 통해 최소한의 위험성을 통제하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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