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정신질환 장기치료, 병역법상 정당한 연기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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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0월 18일 06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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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교육 소집대상자가 장기간 정신질환 치료를 이유로 소집통지에 응하지 않은 것을 병역법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병역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척추질환으로 4급 병역판정을 받고 2017년 3월 사회복무요원 선복무를 시작했다. A씨는 2017년 6월 군사교육을 위해 훈련소에 입소했으나 스트레스로 인해 자해를 하는 등 훈련에 어려움을 겪다가 약 일주일만에 퇴소했다.

퇴소 후 치료를 시작한 A씨는 2017년 10월 강박장애·불안장애 진단을 받았고 2018년 10월 무렵 자폐성정신병증·우울장애, 2019년 1월에는 충동조절장애와 기타 양극성 정동장애를 추가로 진단받았다.

병무청은 2017년 12월과 2018년 4월 A씨에게 군사교육 소집통지서를 송부했으나 A씨는 정신과적 치료를 사유로 병무용 진단서를 청부해 소집 연기신청을 했다.

병무청은 2019년 3월 소집통지서를 보냈고 A씨는 다시 연기신청을 했으나 병무청은 이미 연기신청을 2회나 했기 때문에 사회복무요원 소집업무 규정상 더 이상 연기가 불가능하다면서 A씨에게 병역처분변경신청을 하도록 안내했다.

그러나 A씨는 연기를 허용하지 않는 병무청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이를 거부했고, 결국 병역법위반으로 기소됐다. A씨는 병무청으로부터 고발을 당한 후에야 병역처분변경신청을 해 신경증적 장애로 5급 판정을 받고 소집해제됐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2호는 사회복무요원이 소집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없이 3일이 지나도록 소집에 응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1,2심은 “병역처분변경 신청 안내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소집에 불응한 것은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A씨가 뜻하지 않게 정신과적 질병을 앓게 돼 소집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애초부터 병역 자체를 기피할 목적은 아니었던 점, A씨에게 정신과적 질병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적절한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 된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회복무요원 복무 시작 후 정신질환이 발병했고 그 후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한 점, 의사들이 피고인에게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춰보면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정신질환의 영향으로 군사교육소집에 응하지 못한 것은 피고인의 책임으로 볼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으로써, 병역법 제88조에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 피고인의 정신과적 질병이 군사교육에 응하지 아니할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은 잘못”이라며 사건을 2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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