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올림픽 중계 참사’ MBC에 솜방망이 징계

정성택기자 입력 2021-09-09 20:42수정 2021-09-10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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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MBC의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 방송사고에 대해 행정지도인 ‘권고’를 결정했다. 올림픽 참가국을 비하하는 내용으로 국제적인 비난까지 샀던 방송에 대해 솜방망이 제재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심위는 9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이 같이 결정했다. 권고는 법정제재와 달리 방송사 재허가 심사에서 감점요인이 되지 않는다. 행정지도 제재는 소위의 결정으로 확정된다.

이날 MBC 권고 결정을 놓고 심의위원 간 의견이 충돌했다. 여당 추천 이광복 정민영 윤성옥 위원은 권고 의견을 냈다. 이들은 “MBC가 방송사고 이후 박성제 사장이 사과하고 보도본부장을 교체하는 등 후속조치가 있었다는 것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 추천 이상휘 위원은 “사과와 후속조치가 있었다고 사안을 가볍게 보는 것 아닌가. 행정지도로 끝날 사안이면 왜 사장이 사과를 하고 관계자를 문책했겠나. 심의는 방송의 결과물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은 법정제재에 해당하는 ‘경고’ 의견을 제시했지만 결국 3대 1로 권고 결정이 났다. 다수결로 권고 결정이 나자 이 위원은 이에 항의해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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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도쿄올림픽 개회식 중계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진을 쓰고, 아이티를 소개할 때는 폭동 사진과 함께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남태평양 마셜 제도는 ‘한때 미국의 핵실험장’이라고 소개했고, 아프가니스탄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마약 원료인 양귀비를 옮기는 사진을 내보냈다. 해외 주요 외신들은 “모욕적이고 무례한 중계”라고 비판했다.

MBC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 중계에서는 참가국을 비하하거나 사실과 다른 설명을 내보내 물의를 빚었다. 당시 방심위는 MBC에 법정제재(주의)를 의결했다.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MBC의 방송사고는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렸고 국익과도 관련이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사과와 사후조치가 있었다고 해서 사안의 경중이 달라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이전에 법정제재를 받았고 이번에 같은 실수를 반복했는데도 권고 결정을 내린 것은 형평성과 공정성을 잃은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정성택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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