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결제’ 머지포인트 서비스 축소… “돈 날리나” 발칵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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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명 가입… 2030 이용자 많아
머지측 전자금융업자 등록 문의에 당국 ‘위법’ 지적… 포인트 판매중단
사용처 종전대비 10%로 대폭 줄어… ‘90% 환불’ 공지에도 “못 믿겠다”
이용자들 본사 몰려가 환불 요구… 금융당국, 운영사 고발 검토

거리두기 실종된 채… 아수라장된 머지플러스 본사 회원들에게 2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던 결제 플랫폼 업체 
‘머지플러스’가 11일 포인트 판매를 중단하고 서비스를 대폭 축소하자 13일 수백 명이 서울 영등포구 본사 사무실로 몰려와 
포인트를 환불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거리두기 실종된 채… 아수라장된 머지플러스 본사 회원들에게 2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던 결제 플랫폼 업체 ‘머지플러스’가 11일 포인트 판매를 중단하고 서비스를 대폭 축소하자 13일 수백 명이 서울 영등포구 본사 사무실로 몰려와 포인트를 환불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온 가족이 다 같이 가입해 쓰고 있었는데, 환불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20% 할인된 가격에 모바일 상품권을 구매하면 편의점, 식당 등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도록 하는 혜택을 내걸어 가입자 100만 명을 모은 결제 플랫폼 업체 ‘머지플러스’가 최근 상품권 판매를 중단하고 서비스를 대폭 축소하자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회사 앞으로 이용자 수백 명이 몰려들었다. 대학생 정모 씨(19)는 “150만 원어치 상품권 포인트를 갖고 있고, 용돈도 포인트로 받아왔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고 했다.

○ 본사로 몰려든 회원들 “환불 제대로 안 돼”


머지포인트는 이용자가 20% 할인된 가격에 일정액을 충전하면 전국 약 7만 개 가맹점에서 현금과 동일하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8만 원을 주고 산 상품권을 이용해 10만 원어치를 결제할 수 있다. ‘앱테크’(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재태크)에 관심이 많은 20, 30대에 잘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1000억 원이 넘는 상품권이 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머지플러스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카페 등 200여 개 브랜드에서 상품권을 쓸 수 있도록 했지만 11일부터 상품권 판매를 중단했고, 사용처도 20여 개 브랜드로 한정했다. 업체 측은 환불 신청을 받아 순차적으로 충전 금액의 90%를 돌려주겠다는 입장이지만 “회사에 찾아가 따져야 조금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말이 돌면서 12, 13일 회원들이 몰렸다.

새벽부터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회원들은 환불 절차가 크게 지연되자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이 넘는 포인트가 묶여 있다고 했다. 주부 손모 씨는 “오늘 오전 3시에 온 사람들은 60% 정도를 보상받았다더라. 90%를 환불해준다던 온라인 공지와 다르다”고 했다. 환불을 받지 못한 일부 회원이 공기청정기 등 회사 집기를 가지고 나가는 장면도 목격됐다.

일부 회원은 아직 결제가 가능한 식당을 찾아 포인트로 수십만 원을 미리 결제하기도 했다. 이후 자영업자 온라인 카페 등에서 “머지포인트는 부도어음이니 절대 받지 말라”는 글이 속속 올라오면서 남아있는 가맹점 중 상당수가 결제를 거부하고 있다.

○ 금감원의 영업등록 권고 후 돌연 서비스 중단


이번 사태는 6월 머지플러스가 투자자 유치를 위해 금융감독원에 전자금융업자 등록을 문의하면서 시작됐다. 선불 결제로 포인트를 구매해 다른 가맹점에서 사용하도록 하는 서비스 방식은 선불전자지급 수단에 해당돼 전자금융업 등록을 해야 한다. 하지만 머지플러스는 2018년 2월 상품권 발행업자로만 등록하고 영업해 왔다.

금융감독원은 이 업체가 전자금융업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한 것이 위법하다고 보고 머지포인트 측에 등록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자 머지플러스는 11일 “법적 이슈가 없는 형태로 음식업 전문 서비스로 축소 운영하겠다. 등록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 서비스를 재개하겠다”며 돌연 포인트 판매 일시 중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용자들 사이에선 서비스가 정상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은 머지플러스를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머지플러스의 창업자는 남매 사이인 권남희 대표(37)와 권보군 최고운영책임자(34)다. 두 사람은 2013년 츄링이라는 ‘해독주스’ 제조사를 창업한 뒤 2016년 츄링의 경영권 지분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의 자회사인 우아한신선들(배민찬)에 매각하고 이 회사 직원으로 근무한 뒤 퇴사해 2017년 7월 머지홀딩스를 설립했다. 자본금은 30억3000만 원이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할인결제#머지포인트#서비스 축소#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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