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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분양권 사고 싶다”…중개사까지 등친 ‘신종 부동산 사기’

입력 2021-08-09 17:34업데이트 2021-08-0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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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부동산 전매 사기에 일반 매수자는 물론 공인중개사까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사기범들은 부동산 업계에도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잡은 비대면 거래를 악용했는데 비슷한 피해를 막으려면 거래 초기부터 신뢰할 수 있는 거래인지 꼼꼼하게 따지는 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분양권을 위조해 아파트 매수를 원하는 이들에게 가계약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30대 A 씨를 구속하고 10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이들은 올 1월 4일부터 6일까지 사흘 동안 8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속인 뒤 1억 5000만 원을 부당하게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유명 브랜드의 아파트 분양권을 미끼로 사기행각을 벌였다. 분양권을 거래할 때 통상 매도자와 매수자가 서로 만나 신분증을 확인하고 가계약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중도금 잔금을 치른다. 하지만 A 씨 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부동산 거래에도 일반화된 비대면 거래를 악용했다.

이들은 분양권을 판매하는 부동산중개업체에 전화해 “분양권을 사고 싶다”며 아파트공급계약서 사본을 받아내 이를 대포통장 명의자의 이름으로 계약서를 위조했다. 이후 다른 부동산중개업체에는 “분양권을 판다”며 다시 매물을 내놨다. 시세보다 훨씬 더 저렴한 분양권 매물을 보고 연락 온 아파트 매수자에게 회당 가계약금 1000만~3000만 원 상당을 챙기고 잠적했다.

공인중개사들은 이런 사기행각을 인지하지 못했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직접 만나 계약을 맺지 않고 비대면으로 분양권을 사고파는 관행이 부동산 시장에 보편화된 까닭이다. 공인중개사법 제30조(손해배상책임의 보상)에 따라 중개행위의 과실로 인해 거래재산상 손해 발생한 경우 책임이 공인중개사에게 있다. 이 때문에 매수자에게 사기 피해금액을 돌려줄 책임이 공인중개사에게 있어 경찰은 공인중개사도 이 사건의 피해자로 보고 있다.

최근 분양권 전매제한 등으로 전매 가능한 매물의 경우 희소성이 있고 시세보다 프리미엄이 낮은 매물을 여느 매수자들이 조급하게 가계약하려는 경향이 있어 사기범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부동산 전문가인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는 “공인중개사와 매수자가 가계약 단계 때부터 진짜 매물이 맞는지 꼼꼼하게 체크하는 것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면서 “건설사에다 매도자 명의와 해당 동호수가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정규 동의대 재무부동산학과 교수 “주변 시세를 따져 월등히 싼 매물은 의심해보고 계약해야 한다. 비대면 거래가 대세라고 할지라도 주택 매매는 실제 만나 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여태껏 유례가 드문 이번 범행이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범행 계획을 총괄 지휘하는 ‘총책’ 아래에 △분양권 공급계약서를 위조하는 ‘위조책’ △공인중개사와 매수를 속이는 ‘유인책’ △범죄수익금을 계좌로 송금하는 ‘송금책’ 등 역할을 분담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점조직을 갖춘 이들의 범행 무대가 전국 곳곳인 것으로 보고 총책 검거에 나서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박준경 강력범죄수사대장은 “천안과 인천에서 벌어진 유사 사건이 이들 일당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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