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 길어지자 새 풍속도…‘4명 낮술 모임’

  • 뉴시스
  • 입력 2021년 8월 9일 15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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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산 휴가으로 못 간 시민들 "낮에 친한사람과 한잔"
일부 음식점·술집 '낮술 환영' 적극 마케팅…술값 할인

경기 수원시에 사는 이종성(40·가명)씨는 최근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방역조치가 시행되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지인들과 모임 약속을 ‘저녁’이 아닌 ‘낮’ 시간으로 바꿔 다시 일정을 잡기 시작했다.

오후 6시 이후부터 2명까지 사적 모임 인원이 제한되는 등 거리두기 4단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더 이상 지인들과의 만남을 미뤄둘 수 없다고 판단, 궁여지책 끝에 한 선택이었다.

만약 유명 휴가지로 놀러가는 게 비교적 자유로웠다면 여행을 떠났을 텐데 이마저도 전국적인 코로나 확산으로 유명 휴가지 대부분이 거리두기 3~4단계가 발령되는 등 행동에 제약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차라리 이보다는 집 근처 동네에서 휴가 겸 연차를 2~3일 가량 내고 친한 지인 3명을 불러 마음 편히 낮술을 먹는 게 비용적인 측면에서 훨씬 이득처럼 판단됐기 때문이다.

이 씨는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어디 놀러가는 것도 불안해 올해 연차도 제대로 써본 적이 없다”며 “계속 일만 하면서 사회적으로 단절되는 것 같아 멀리 여름휴가를 가는 것은 부담스럽고 해서 회사에 연차를 내고 한동안 못 봤던 친구나 지인들을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잇따라 연장되면서 사적 모임을 미뤄왔던 시민들이 평일 저녁에 갖던 술자리 모임을 ‘낮’으로 대체하는 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의 심각한 수준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방역수칙이 완화돼 있는 타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범위도 좁아지자 비교적 모임 인원이 풀려있는 ‘낮 모임’으로 대체하는 새로운 풍속도다.일부 음식점이나 술집에서는 낮술 손님을 적극 유치하기 위한 홍보도 이뤄진다. 메뉴나 술값 일부를 할인해주는 행사를 열어 코로나19 장기화로 극심해진 경영난을 타개해보려는 차원이다.

상대적으로 직장인에 비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의 경우 여름휴가를 맞아 지방에 사는 친척 방문이나 여행 등으로 부모들이 집을 비우는 친구 집에서 낮술을 즐기기도 한다.

가까운 편의점이나 배달 가능한 매장을 통해 술과 안주만 사서 친구네 집에 가서 놀면 큰 비용 걱정 없이 가성비 있게 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회사원 김진영(37·가명)씨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안 가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적당히 가지면서 생활해야 하는데 저녁 6시 이후엔 아예 둘밖에 못 만나니까 답답함이 크다”며 “연차를 쓰고 낮에 모이는 것도 한두번이지 단체 모임만 아니면 4명까지는 오후 10시 이내로 사적 모임을 허용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9일부터 22일 자정까지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 적용된다. 수도권의 경우 7월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 중인데 2주씩 두 차례나 연장됐다.

장기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 자영업자·소상공인 피해가 막대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기존 조치를 이어가는 이유는 4차 유행이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집합인원 제한으로 음식점과 유흥주점 등의 영업이 어려워지자 업주는 업주대로 타격을 입고, 대신 낮술문화가 확산되는 코로나가 낳은 신풍속도가 나타나고 있다.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7월7일부터 34일째 1000명대로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지난 4일부터 8일까지는 5일째 17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수원=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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