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피해자 “숨 쉬는 게 민폐 생각…반성 없는 합의금 안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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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6월 8일 14시 03분


직원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8일 오전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부산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직원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8일 오전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부산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8일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숨 쉬는 게 민폐구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면서 오 전 시장의 반성 없는 합의금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A 씨는 8일 오전 오 전 시장 결심공판을 앞두고 오거돈성폭력사건동공대책위원회를 통해 전한 입장문에서 “가족, 친구 등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 일로 마음 아파하고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오 전 시장은 지난해 4월 시장 집무실에서 직원 A 씨를 추행하고, A 씨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힌 혐의(강제추행 치상)를 받고 있다.

2018년 11월경 부산시 직원 B 씨를 강제추행하고, 그해 12월 B 씨를 재차 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있다.

피해자 A 씨는 입장문에서 “지난해 4월 7일 오거돈 때문에 모든 생활이 엉망진창이 됐다”면서 “출근도 제대로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자며 사건 이후로 밖에서 마주하는 모든 사람들이 의심스럽고 매순간 나쁜 생각이 들어 너무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가 떠 있을 때는 누가 쳐다보는 것 같아 불을 다 꺼놓고 살고, 밤에는 누가 몰래 들어와 저를 죽일 것 같아 온 집안 불을 다 켜놓고 지내다 해 뜨는 것을 보고 잔다”며 “내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는지 참담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피해자는 “재판을 한 달 앞두고 변호사가 오거돈에게 편지를 받았다고 했다”며 “지난 1년 동안 사과 없이 온갖 2차 가해는 다 해 놓고 갑자기 보낸 편지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정말로 반성해서 내가 용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편지를 본 이후 내가 정말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며 “초등학교 2학년인 조카도 사과할 때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그런 잘못을 저질렀는지, 얼마나 뉘우치고 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말하고 반성한다. 저 사람의 편지에는 그런 기본적인 내용조차 없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사건 직후부터 합의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며 “진정한 반성 없는 합의금은 절대 받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2·3의 권력형 성범죄자들을 막기 위해서라도 마땅한 선례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중형을 선고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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