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안에 땀 줄줄”…30도 가까운 더위에 시민들 ‘고역’

  • 뉴스1
  • 입력 2021년 6월 2일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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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대체로 맑은 가운데 30도 안팎의 더위가 찾아온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에서 시민들이 인공폭포를 바라보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1.6.2/뉴스1 © News1
전국이 대체로 맑은 가운데 30도 안팎의 더위가 찾아온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에서 시민들이 인공폭포를 바라보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1.6.2/뉴스1 © News1
“이제 진짜 여름인건지 덥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네요. 늘 마스크를 써야 하니 더 더운 것 같아요.

서울 낮 최고기온이 29.6도까지 오른 2일 오후 동작구 보건소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씨(33)는 이렇게 말했다. 출국 전 코로나19 음성 확인서가 필요해 떼러 왔다는 이씨는 ”30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데 날이 덥고 습해 지친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날 도심에는 더위를 식히러 나온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열에 아홉은 반팔이나 반바지 차림이었고, 간혹 민소매나 핫팬츠 차림도 눈에 띄었다. 무더운 날씨에 식당과 약국, 미용실, 버스 등은 대부분 에어컨을 가동 중이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 곳곳의 기온이 30도 가까이 올랐고, 서울의 낮 기온은 29.6도로 올해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오후 3시30분 무렵 영등포구 31.8도, 양천구는 31.1도까지 치솟기도 했다. 평년의 7월 말에 해당하는 날씨다.

이날 낮 12시 무렵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서 물티슈를 나눠주던 한의원 아르바이트생 김모씨(23)도 ”아침에 쌀쌀할 것 같아 긴팔 긴바지를 입고 나왔는데 무척 덥다“며 ”아직까진 괜찮은데 올여름에 덥다는 소리가 많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주차관리 직원 윤모씨(70대)도 ”오늘 처음으로 에어컨을 들었다“며 ”백신을 맞긴 했지만 여름에도 마스크를 써야 할텐데 답답할 것 같다“고 했다. 윤씨는 주차장 한켠에 마련된 경비실에서 양말을 벗고 팔을 걷은 채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동작구 보건소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로 붐볐다. 선별진료소에 입장할 때 손소독제와 비닐장갑이 주어졌고 거리두기도 엄격하게 지켜졌지만, 갑작스럽게 더워진 날씨에 힘들어 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특히 대기줄에는 지팡이를 짚고 온 70대 이상 고령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더운 날씨에 찬 음식을 찾는 사람도 많았다. 이날 12시30분 무렵 노량진의 우동가게에선 손님 15명 중 70%인 11명은 냉모밀과 냉우동을 주문했다. 가게 사장은 ”오늘은 평소보다 냉모밀을 찾는 손님들이 많다“고 했다.

같은 시각 직장인들이 많은 광화문의 상황도 비슷했다. 제법 후끈해진 날씨에 시민들 열에 아홉 반팔 차림이었다. 길 걷다가 더운지 겉옷 벗는 사람도 다수 포착됐다. 점심식사 후 음료를 손에 쥔 사람들도 대부분 아이스 음료였다.

코로나19 이후 잘 받지 않던 식당 헬스장 홍보 전단 받는 모습도 다수 보였다. 이들 대부분이 반을 접어서 부채질하거나 햇빛을 가리는 용도로 썼다. 한 헬스장에서 부채를 나눠주자 이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 신촌역도 더위를 식히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역 근처 나무 그늘 쉼터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김모씨(70대)는 ”초여름이라서 당연히 덥기는 덥지만, 우리도 나와서 너무 더워서 잠깐 앉아있다. 이렇게 더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특히 택배기사와 퀵서비스, 집배원 등 계속해서 이동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더위와 사투를 벌였다. 신촌 골목길에서 땀 흘리며 배달 중이던 택배기사 김모씨(51)는 ”이런 날 일하는 게 아주 쥐약이다. 차라리 비는 맞으면 시원하기라도 하지. 이 마스크 안에 지금 땀이 줄줄 흐르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노량진동에서 만난 화물 노동자 강모씨(43)는 ”일할 때 늘상 뛰어다녀서. 오늘도 덥긴한데 워낙 뛰어다니는 일이라 많이 신경을 쓰진 않는다. 폭염이나 돼야 힘들지…“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강씨의 옷과 안경은 땀에 젖어있었다. 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제가 지금 좀 많이 바빠서요“라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장승배기역 뻥튀기 가게에서 기계에 둘러싸인 채 뻥튀기를 포장하던 안모씨(68)도 ”오늘은 더워서 선풍기를 틀었다. 손님이 안 계실 때 마스크를 벗으면 한결 낫다“고 했다. 안씨의 남편은 흰 민소매만 입은 채 배달일을 나갔다.

우려되는 모습도 있었다. 이날 전국에서는 677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날(1일)보다 200명 넘게 늘면서 지난달 27일(629명) 이후 엿새 만에 다시 600명대로 올라섰다.

하지만 급격히 더워진 탓인지 ‘턱스크 족’이 간간히 보였다. 더운 날씨 탓인지 마스크를 내렸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듯 했다. 일부 식당에서는 이용객 절반 이상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손님들로 가득 찬 프렌차이즈 카페와 빵집에서도 환기를 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앞질러 찾아온 더위에 마스크를 빨리 벗고 싶다며, 백신 인센티브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주부 강모씨(59)는 ”7월부터 백신 접종자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던데 차례가 오면 백신을 맞아 빨리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전날부터 적용된 1단계 인센티브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직계가족 모임 인원 기준에서 제외된다. 백신 1차 접종 후 14일이 지난 1차 접종자와 2차 접종까지 끝낸 지 14일이 지난 접종 완료자가 대상이다. 다음달부터는 공원이나 등산로 등 야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오는 5일 백신을 접종할 예정인 자영업자 이모씨(60대)는 ”백신 인센티브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그래도 두 번 다 맞아야 안심이 될 것 같다“며 3개월 후 2차 접종 때까지 마스크를 계속 쓰겠다고 했다.

이번 더위는 3일 전국에 비가 내리면서 누그러진다. 3일 아침 최저기온은 14~19도로 평년 수준이지만, 낮 기온은 비가 내리면서 4~8도 가량 떨어질 전망이다. 한낮에도 기온이 20~25도에 그쳐 다소 선선하게 느껴질 수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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