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철도건의안 모두 반영” 발표 맞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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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 발표 당시, 이춘희 시장 “건의 모두 국토부 수용”
교통연구원 “2건 중 1건만 반영”… ITX세종선 실현 가능성도 부인
市 “발표 내용 표현에 문제”

충청권 철도망. 거의 직선에 가까운 ‘정부세종청사∼조치원’ 구간이 지난달 2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광역철도안의 개략적인 노선이다. 구체적인 노선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결정된다. 다만 이 노선은 세종시가 정부에 건의한 ‘정부세종청사∼내판역’ 일반철도와는 철도의 종류와 노선에서 모두 다르다.
충청권 철도망. 거의 직선에 가까운 ‘정부세종청사∼조치원’ 구간이 지난달 2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광역철도안의 개략적인 노선이다. 구체적인 노선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결정된다. 다만 이 노선은 세종시가 정부에 건의한 ‘정부세종청사∼내판역’ 일반철도와는 철도의 종류와 노선에서 모두 다르다.
세종시가 정부에 건의한 2개 철도노선이 국토교통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안에 모두 반영됐다는 지난달 22일 이춘희 세종시장의 발표가 사실과 크게 다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시장은 이날 비대면 브리핑에서 “정부가 발표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세종시가 주장해온 2개 노선이 반영된 것을 환영한다. 이들 노선은 세종시가 작년 11월과 12월 등 두 차례 충청권 4개 시도지사와 함께 정부에 건의한 광역철도 노선”이라고 밝혔다. 시는 2개 노선이 △‘대전 반석∼정부세종청사’ 광역철도 △‘정부세종청사∼조치원∼오송’ 광역철도를 의미한다는 설명 자료도 첨부했다.

이날 국토부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에 대한 온라인 공청회를 열어 국가철도망 계획안을 발표했다. 발표는 2019년 7월부터 연구 용역을 수행해온 국토부 산하 한국교통연구원이 맡았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교통연구원에 확인한 결과 이 시장의 발표 내용은 철도의 종류와 노선, ITX 가능성 등 많은 부분에서 달랐다. 교통연구원 측은 “세종시가 정부에 건의한 2개 노선은 ‘대전 반석∼정부세종청사’ 광역철도와 ‘정부세종청사∼내판역(경부선)’ 일반철도”라고 밝혔다. 세종시가 대전시와 같이 건의한 ‘대전 반석∼정부세종청사’ 광역철도는 수용된 반면 독자적으로 건의한 ‘정부세종청사∼내판역’ 일반철도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세종시는 이 일반철도를 신설해 ITX가 세종∼서울을 오가게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교통연구원 측은 이 시장이 이날 “(국토부가 발표한) ‘정부세종청사∼조치원∼오송’ 광역철도가 ITX세종선의 실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발표한 데 대해서도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결국 이날 브리핑 상황은 이런 내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이 시장이 언론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한 셈이 됐다. 이 시장의 브리핑 내용은 대부분 그대로 언론을 통해 시민들에게 전달됐다.

이에 대해 브리핑 자료 초안을 작성한 시 교통과 관계자는 “거짓말을 하거나 (상황을) 호도할 생각은 없었다”며 “교통과가 당초 작성한 초안이 나중에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최종 브리핑 자료 작성에 참여했다는 한 관계자는 “브리핑 자료 표현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인정하면서도 “시와 국토부의 인식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시는 국회가 이전하면 세종과 수도권 및 청주공항을 연결하는 ITX 같은 교통수단이 필요하고 이번 국토부 발표 내용도 그런 가능성을 차단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업무 담당 부서의 초안과도 다른 내용이 시장 발표로까지 이어졌을까. 일부에서는 이 시장이 자신의 주요 철도교통 정책이 연이어 좌초 위기에 처한 것을 의식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년 째 추진을 약속해온 KTX 세종역 신설이 충북도에 이어 국토부의 반대에 직면했고 이번 국토부 계획에서 일반철도 신설이 빠져 ITX세종선 계획마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상대 정당인 국민의힘 세종시당(이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국토부 발표에 앞서 제시한 대안 노선이 시의 건의안보다 이번 국토부 발표에 훨씬 근접한 데 당황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최민호 국민의힘 세종시갑 당협위원장은 국토부 발표 한 달여 전인 3월부터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세종시가 건의한 일반철도 노선은 교통의 핵심 요소인 접근성과 이동성이 미흡한 만큼 시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조치원으로 직접 연결하는 광역철도로 수정 건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시장은 지난달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세종시는 현재 정부세종청사와 서울을 직접 연결하는 ITX세종선 일반철도를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사실상 최 위원장의 제안을 일축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세종시#철도건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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