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얼거려 때렸다” 두살 입양아 의식불명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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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 7개월만에 또…
양부 긴급체포… 학대혐의 인정
얼굴 등 신체 곳곳에 멍… 뇌출혈
경기남부청, 추가 학대여부 조사

입양한 두 살짜리 여자아이를 학대해 의식 불명 상태에 빠뜨린 30대 양아버지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로 9일 0시 9분경 양아버지 A 씨를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가 입양한 B 양은 전날 오후 6시 52분경 경기 안산시의 한 병원에 실려 왔다. A 씨의 차로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B 양은 의식이 없었다. 병원으로 오기 전 A 씨는 119 신고를 하지 않았다. A 씨가 사는 경기 화성시에서 병원은 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B 양의 상태를 확인하던 의사가 뇌출혈과 얼굴, 목 등 신체 곳곳에 멍이 든 것을 보고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병원 측은 B 양의 상태가 위중하다고 판단해 인천의 대학병원으로 곧바로 옮겼다. B 양은 뇌수술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 병원 관계자는 “머리에 큰 외상이 없는 만큼 머리가 크게 흔들려 뇌출혈이 일어나지 않았나 추정한다”고 말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꾸 칭얼거려서 손으로 몇 대 때렸다. 아이가 잠이 들었는데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 병원에 데려왔다”고 학대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부부는 지난해 8월 경기 지역의 한 입양기관을 통해 B 양을 입양했으며 B 양 위로 친자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할머니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 양이 학대를 당해 의식 불명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가 13세 미만의 아동이라는 점을 감안해 화성서부경찰서가 아닌 경기남부경찰청이 직접 수사에 나선다.

특히 오래된 멍 자국이 발견된 만큼 이전부터 B 양에 대한 추가 학대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또 A 씨의 부인을 상대로 ‘B 양 학대에 가담했는지’ ‘학대를 보고도 방임했는지’ ‘친자녀에게도 학대를 했는지’ 등도 확인 중이다. B 양을 입양한 이후 학대 신고가 접수되거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관찰 대상에 오른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학대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 중”이라며 “혐의가 입증되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정인이 사건 등 입양아동 학대 사건을 두고 전문가들은 입양 이후 양육 과정에서 세심한 정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 입양특례법은 가정법원이 아이를 입양하려는 양부모의 보유 재산 수준, 아동학대·가정폭력·성폭력 등 범죄경력 유무 등을 검토해 입양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배기수 아주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정부가 입양 이후 부모들이 양육에서 어떤 어려움과 문제를 안고 있는지 면밀하게 파악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교육, 입양가정에 대한 세심한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산=이경진 기자 lkj@donga.com
#두살 입양아#의식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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