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한반도, 여름 20일 길어지고 겨울 22일 짧아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8일 15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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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사계절과 24절기가 바뀌고 있다. 100여 년 전에는 겨울이 가장 긴 계절이었지만 최근에는 여름이 가장 길어졌다. 과거 가장 추웠던 절기인 대한은 최근 소한에 그 자리를 내줬다.

기상청은 이와 같은 내용의 한반도의 기후변화 추세를 분석해 28일 발표했다. 분석 대상은 1904년부터 관측을 시작한 인천 부산 목포, 1907년부터 관측을 시작한 서울과 대구, 1911년 관측을 시작한 강릉 등 100년 이상 기온을 관측한 6곳이다. 기상청은 과거 30년(1912~1940년) 평균치와 최근 30년(1991~2020년) 평균치의 데이터를 나눠 변화상을 들여다봤다.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과거에 비해 최근 1.6도 올랐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6개 도시의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도 각각 1일과 8.4일씩 늘었다.

기온이 오르다보니 계절의 길이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겨울이 109일로 가장 길었고, 그 뒤 여름(98일) 봄(85일) 가을(73일) 순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름이 118일로 가장 길고 봄(91일), 겨울(87일), 가을(69일) 순으로 바뀌었다. 여름이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진 것이다. 기상청은 일 평균기온의 추이로 계절을 구분한다. 예컨대 일 평균기온이 20도 이상으로 올라간 뒤 떨어지지 않는 첫날이 여름의 시작이고, 일평균 기온이 5도 미만으로 내려간 뒤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을 겨울로 본다.

여름과 봄이 길어지면서 그 시작 시기도 빨라졌다. 과거에 비해 봄은 17일, 여름은 11일 빨라졌다. 지난달 24일 개화한 서울의 벚꽃이 벚꽃 관측을 시작한 1922년 이래 가장 빨랐는데, 봄이 빨라지는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기상청 설명이다. 여름은 과거에 6월 11일에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5월로 앞당겨졌다. 반면 가을의 시작은 9일 늦어졌고, 과거 11월 28일이면 시작됐던 겨울도 최근에는 12월로 5일 미뤄졌다.

24절기의 기온도 봄과 여름의 시작이 빨라지고 겨울의 길이가 짧아지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개구리가 깨어나는 ‘경칩’은 과거 기온과 비교하면 13일,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는 과거에 비해 8일 빨라졌다. 실제 자연 현상도 이에 맞춰 일어나고 있다. 지난 2월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국립공원 구룡계곡에 사는 북방산개구리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1월에 산란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개구리의 산란 관측은 지난 10년 간 지속적으로 빨라지는 추세다.

가장 추운 시기는 앞뒤가 바뀌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100여 년 전에는 24절기 중 ‘대한(大寒)’이 가장 추웠지만 겨울이 짧아지면서 최근 가장 추운 시기가 ‘소한(小寒)’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소한 역시 평균기온이 0.8도로 영상권이었다. 김정식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장은 “가장 밤이 긴 동지 평균 기온도 영상권으로 오르는 등 모든 계절과 절기의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며 “100년 이상의 관측 자료가 기후변화를 나타내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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