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살길은 온난화 1.5도”… 10년내 탄소배출 45% 줄이기 ‘속도전’

강은지 기자 , 곽도영 기자 입력 2021-04-24 03:00수정 2021-04-2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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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세계기후정상회의,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제시
“최악의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게, 향후 10년(2030년까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우리는 지구 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유지하게끔 노력해야 합니다.”

22일부터 이틀 동안 화상으로 진행된 세계기후정상회의에서 개막 연설을 맡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후 변화를 “실존적 위기”라고 부르며 이를 막기 위해 “우리 모두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이어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26∼28% 감축에 나서겠다던 2015년 계획과 비교할 때 감축 목표치가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주최로 열린 이날 기후정상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주요 40개국 정상들이 참가했다.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영국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68%, 유럽연합(EU)은 같은 기간 55%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세계 각국이 속속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에 합류하고 있다.

기후변화 위기감이 커지면서 온실가스 감축은 최근 국제사회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이번 기후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올해 내내 5월 P4G 서울정상회의(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등이 예정돼 있다. 올해 지속되는 기후변화 대응 이슈 속에서 한국의 움직임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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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도 온도변화’ 모두를 위해 지켜야

문 대통령은 이번 기후정상회의에서 한국의 강화된 기후대응 행동을 주제로 연설했다.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온실가스 감축이다. 연내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0’이 되는 개념)을 달성하는 시나리오를 확정하고, 이에 맞춰 한국의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새로 세우기로 했다.

두 번째는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국제적인 ‘탈(脫)석탄’ 노력에 동참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데 한국도 힘을 보태겠다는 선언이다.

기후변화 문제에서 ‘1.5도 이내 변화’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1)에서 ‘지구 기온변화 1.5도’가 처음으로 공식화됐다. 당시 세계 197개 회원국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1850∼1900년)의 2도 아래로 유지하고, 1.5도로 제한하도록 노력한다’는 파리기후협약을 받아들였다.

2018년에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발표해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위험이 커지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파국’ 상황을 막기 위해선 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IPCC는 이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는 2010년 대비 최소 45% 줄이고, 2050년에는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전 세계 주요국이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 나섰다. 영국 EU 캐나다 등이 일찌감치 2050년 혹은 그 이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고,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는 이를 공약으로 내세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됐다. 한국도 지난해 10월 중국(2060년 달성 목표)과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탄소중립 목표와 달성 시기를 밝혔다,

○온실가스 감축으로 산업개편 대응

2050년 탄소중립 목표가 확실해진 만큼 한국 정부는 올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정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이 UNFCCC 사무국에 제출한 203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치는 2017년 배출량(7억910만 t) 대비 24.4%를 줄이는 수준이다.

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연내 상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동안 국내외에서 ‘소극적인 목표’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 목표치에 대해 UNFCCC는 2월 75개국의 배출량 감축 목표가 파리기후협약 목표를 달성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환경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2030년까지 4분의 1만 줄이고 나머지를 2050년까지 다 줄이겠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이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제시해야 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단순한 ‘촉구’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만간 전 세계가 탄소 배출량을 바탕으로 산업과 통상 체제를 재편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EU는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탄소배출 규제가 약한 나라가 규제가 강한 EU로 제품을 수출할 때 관세 등의 형태로 비용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EU는 올 상반기(1∼6월) 중 탄소국경세 초안을 발표한다. 이르면 2023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탄소국경세 도입을 내세웠다.

이런 방안이 현실화되면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는 2022년부터 기후대응기금을 조성해 산업계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기존 탄소 중심의 산업들을 개편해 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국내 탄소세 검토안도 논의 중이다. 기업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만큼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현재 과다하게 쓰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며 “이를 감안하면 IPCC 권고대로 한국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 가까이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절박한 심정으로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결국 기온 상승으로 인한 피해는 우리 어린 세대들이 고스란히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산업·에너지계 ‘대전환’ 준비해야

올해 국제적인 기후 회의가 여럿 예정된 상황이라 한국도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대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상반기 중에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시나리오를 여러 개 만들어 발표하기로 했다. 현재 온실가스정보센터를 중심으로 에너지·수송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작업 중이다. 시나리오별로 중간 단계인 2030년과 2040년 도달 목표도 함께 내놓는다.

하반기(7∼12월)에는 이 시나리오들을 검토하고 분야별 의견을 모을 방침이다. 예컨대 수송 분야에서는 내연기관차 퇴출 시점을 2035년으로 할지, 2040년으로 할지 기술적으로 검토하고 협의하는 식이다. 에너지 분야 역시 석탄발전의 퇴출 시점을 언제로 잡을지, 재생에너지 생산을 어떤 식으로 언제 늘릴지 등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어렵고 불편한’ 논의와 결단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지탱한 석탄발전이나 내연기관 관련 산업은 퇴출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들 산업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의 일자리 문제를 고민해 봐야 한다.

또 그동안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든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심지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인기를 끈 ‘무착륙 비행’도 금지될 수 있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며 출국 후 다른 나라 영공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무착륙 비행이 유행을 끌고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이 문제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탄소중립사회에서는 재생에너지를 쓰고 쓰레기를 줄이는 순환경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모든 정책은 온실가스 감축을 최우선 목표로 정하고 이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의 탄소중립 일정은 5월 초 출범하는 대통령 소속 탄소중립위원회가 컨트롤타워가 되어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민관 합동 90여 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탄소중립위원회는 국가의 탄소중립 관련 정책과 계획을 심의하고, 그 이행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탄소중립 기준 선진국이 정해… 국내기업들 단기간 대응 한계”
“기업 입장에선 3, 4년 전부터 위기감을 느꼈다. 다보스포럼을 가도, 휴스턴포럼(세계 LPG포럼)을 가도 다들 탄소 얘기뿐이었다.”

이달 초 국내 첫 에너지업계의 탈(脫)탄소 협회인 에너지 얼라이언스 출범식에서 만난 유정준 SK E&S 부회장은 기업들이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에 대해 체감하는 우려를 토로했다. 현대자동차, SK, 포스코, 한화, 두산 등 국내 주요 그룹 소속 에너지 사업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하는 에너지 얼라이언스의 출범은 그만큼 국내 기업들도 ‘뭉쳐야 산다’는 위기감을 공유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2030년 제출될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탄소국경세 도입 논의도 한국 기업들에는 직접적인 위협이다. 2010년 3%에 불과했던 재생에너지 비율을 지난해 24%까지 늘린 영국을 비롯해 주요 선진국들이 십수 년에 걸쳐 구축해온 목표를 단시간에 도달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 부회장은 “탄소중립 목표가 실행되면 국내 업계에서 이로 인해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좌초자산만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선진국 위주로 정해지고 있는 탄소중립 기준을 전통적으로 중화학공업 위주 발전 역사를 가진 국내 업계가 따르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 중인 기업 684곳(응답 기업 403곳)을 대상으로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7.3%가 “어렵지만 가야 할 길”이라고 평가한 반면에 42.7%는 “현실적으로 탄소중립은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중립 흐름이 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경쟁력 약화 위기’(59.3%) 또는 ‘업종 존속 위기’(14.9%)라고 응답한 기업이 74.2%를 차지했다. ‘경쟁력 강화 기회’라고 보는 기업은 25.8%에 그쳤다. 응답 기업의 64.8%는 탄소중립 정책에 ‘대응 중’(31.0%) 또는 ‘대응 계획 중’(33.8%)이라고 답한 반면에 35.2%는 ‘대응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에너지얼라이언스 출범을 통해 기업들이 그간 개별, 그룹별로 진행해왔던 탄소중립 계획을 공유하는 한편으로 정부와의 협의, 해외 관련 기구 및 협의체 참여 등 정책적 행보도 넓혀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필두로 하는 글로벌 탄소 정책 거버넌스에 한국 업계가 통일된 목소리를 낼 창구가 없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국내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한국 산업계가 탈탄소 움직임에 긴밀하게 협력 대응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적인 정책 결정 기구가 룰을 정할 때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며 “서구 선진국들이 중장기적으로 밟아온 목표치를 단기에 달성하기 위해 국내의 민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지구#온난화#탄소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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