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기준 선진국이 정해… 국내기업들 단기간 대응 한계”

곽도영 기자 입력 2021-04-24 03:00수정 2021-04-2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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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35% “대응 못 하고 있다” 손놔
42% “사실상 탄소중립 어렵다” 토로
국내 에너지업계 “뭉쳐야 산다”
탄소협의체 만들어 공동대응 나서
“기업 입장에선 3, 4년 전부터 위기감을 느꼈다. 다보스포럼을 가도, 휴스턴포럼(세계 LPG포럼)을 가도 다들 탄소 얘기뿐이었다.”

이달 초 국내 첫 에너지업계의 탈(脫)탄소 협회인 에너지 얼라이언스 출범식에서 만난 유정준 SK E&S 부회장은 기업들이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에 대해 체감하는 우려를 토로했다. 현대자동차, SK, 포스코, 한화, 두산 등 국내 주요 그룹 소속 에너지 사업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하는 에너지 얼라이언스의 출범은 그만큼 국내 기업들도 ‘뭉쳐야 산다’는 위기감을 공유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2030년 제출될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탄소국경세 도입 논의도 한국 기업들에는 직접적인 위협이다. 2010년 3%에 불과했던 재생에너지 비율을 지난해 24%까지 늘린 영국을 비롯해 주요 선진국들이 십수 년에 걸쳐 구축해온 목표를 단시간에 도달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 부회장은 “탄소중립 목표가 실행되면 국내 업계에서 이로 인해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좌초자산만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선진국 위주로 정해지고 있는 탄소중립 기준을 전통적으로 중화학공업 위주 발전 역사를 가진 국내 업계가 따르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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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 중인 기업 684곳(응답 기업 403곳)을 대상으로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7.3%가 “어렵지만 가야 할 길”이라고 평가한 반면에 42.7%는 “현실적으로 탄소중립은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중립 흐름이 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경쟁력 약화 위기’(59.3%) 또는 ‘업종 존속 위기’(14.9%)라고 응답한 기업이 74.2%를 차지했다. ‘경쟁력 강화 기회’라고 보는 기업은 25.8%에 그쳤다. 응답 기업의 64.8%는 탄소중립 정책에 ‘대응 중’(31.0%) 또는 ‘대응 계획 중’(33.8%)이라고 답한 반면에 35.2%는 ‘대응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에너지얼라이언스 출범을 통해 기업들이 그간 개별, 그룹별로 진행해왔던 탄소중립 계획을 공유하는 한편으로 정부와의 협의, 해외 관련 기구 및 협의체 참여 등 정책적 행보도 넓혀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필두로 하는 글로벌 탄소 정책 거버넌스에 한국 업계가 통일된 목소리를 낼 창구가 없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국내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한국 산업계가 탈탄소 움직임에 긴밀하게 협력 대응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적인 정책 결정 기구가 룰을 정할 때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며 “서구 선진국들이 중장기적으로 밟아온 목표치를 단기에 달성하기 위해 국내의 민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탄소중립 기준#선진국#단기간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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