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압류에 벌벌…“밀린 세금 낼게요, 제발 팔지는 마세요”

뉴스1 입력 2021-04-23 14:36수정 2021-04-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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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자산을 가상화폐로 은닉한 비양심 서울시민이 대거 발견됐다. 이들은 가상화폐가 압류되자 “매각을 보류해 달라”며 밀린 세금을 납부했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23일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 3곳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보유한 개인 836명, 법인대표 730명 등 1566명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들 중 즉시 압류 가능한 676명의 가상화폐를 전격 압수했다. 고액체납자가 은닉한 가상화폐를 찾아내 압류까지 단행한 것은 지자체 최초다.

서울시는 체납자들에게 가상화폐 압류 사실을 통보하고 우선 체납세금 납부를 독려하고 있다. 체납세금을 전액 납부할 경우 압류를 즉시 해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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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최근 가상화폐 가격 급등으로 가상화폐를 이용해 큰돈을 벌면서도 유형의 실체가 없는 틈을 이용해 재산은닉 수단으로 악용하는 고액체납자들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압류조치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압류한 가상화폐의 평가금액은 251억원으로, 이들의 총 체납액은 284억원이었다. 압류 조치로 가상화폐 거래가 막히자 676명 중 118명은 체납세금 12억6000만원을 즉시 자진 납부했다. 세금을 낼테니 가상화폐 매각을 보류해달라는 체납자들의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125억원 가치의 가상화폐를 보유한 강남의 병원장 A씨는 2017년 지방소득세 등 7건 약 10억원을 체납하고 있었다. 그는 서울시가 압류를 통보하자 5억8000만원을 즉시 납부하고, 나머지 금액은 예금 계좌를 납세담보고 제공하며 가상화폐 매각 보류를 요청했다.

학원강사 B씨는 “납부할 능력이 없다”며 5600만원의 세금을 피하고 있었다. 서울시의 확인 결과 본인의 전자지갑에 31억원가량의 가상화폐가 있었다. 서울시가 이를 압류조치 하자 B씨는 3일 뒤 체납금 전액을 납부했다.

C씨는 2010년부터 지방소득세 3600원을 체납하고 있었다. 그는 형편이 어렵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밝혀진 재산도 없었다. 그러나 서울시가 C씨 소유의 가상화폐 1억6600만원을 확인하고 압류조치하자 C씨는 곧바로 전액을 납부했다.

약 2000만원의 세금을 체납해 가상화폐 300만원을 압류당한 D씨도 매각보류를 요청했다. 그는 “매월 0.75%의 중가산금이 추가되어도 좋으니 지금 당장 추심하지 말고 2년 후 추심하면 모든 체납세액 및 중가산금이 충당되고도 나한테 돌려줄 금액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8세금징수과 관계자는 “최근 가상화폐 가격 폭등으로 가상화폐 가치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체납세금을 납부해 압류를 푸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압류당한 사람들이 갖고 있던 가상화폐 종류는 비트코인(BTC) 19%, 드래곤베인(DVC) 16%, 리플(XRP) 16%, 이더리움(ETH) 10%, 스텔라루멘(XLM) 9%, 기타 30% 등의 비율이었다.

서울시는 체납세금 납부 독려 후에도 세금을 내지 않을 경우엔 압류한 가상화폐를 현재 거래가로 매각할 계획이다. 매각대금이 체납액보다 작으면 추가 재산을 찾아 압류하고, 체납액보다 많으면 나머지를 돌려준다.

서울시는 아직 압류가 이뤄지지 않은 890명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압류조치를 하고 2차 납세의무자 지정 및 자금출처 조사 등 지속적인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가상화폐 압류를 38세금징수과가 올해 1월 ‘경제금융추적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집중적으로 추적한 결과다. 38세금징수과는 지난 3월 26일 4개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 고액체납자 가상화폐 보유자료를 요청했고, 3곳으로부터 자료를 받았다.

여전히 자료제출을 미루고 있는 1개 거래소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상위 30곳 중 14곳에도 추가로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38세금징수과 관계자는 “이미 서울시가 가상화폐를 압류한다는 소문이 퍼져 체납자들이 가상화폐를 매각하고 매각대금을 인출해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는 상황”이라며 “거래소 업체에서 자료가 오는 즉시 추가로 압류하겠다”고 말했다.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으로 지난달 25일부터 가상화폐 거래소가 금융회사와 같이 불법재산 의심 거래, 고액 현금 거래 등을 금융당국에 보고할 의무가 생겼다. 대법원도 2018년 5월 “가상화폐는 몰수의 대상인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재산”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병한 서울시 재무국장은 “경제적 어려움에도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선량한 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비양심 고액 체납자에 대한 징수활동을 빈틈없이 전개하겠다”며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징수함으로써 조세정의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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