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소음으로 소음 잡는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아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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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 4.5cm 크기의 ‘소형 스피커’
같은 주파수-정반대 파형 내보내
시끄러운 외부 소음 절반으로 줄여
층간소음 제거 기술에도 접목 기대

공동주택에서 장비를 활용해 층간소음을 측정하는 모습. 위층 바닥에 충격원을 떨어뜨리고, 그 순간 아래층에 설치한 마이크로폰을 통해 들리는 소음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를 파악해 측정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공동주택에서 장비를 활용해 층간소음을 측정하는 모습. 위층 바닥에 충격원을 떨어뜨리고, 그 순간 아래층에 설치한 마이크로폰을 통해 들리는 소음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를 파악해 측정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최근 층간소음 때문에 불편함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어요.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발표한 최근 5년간 층간소음 민원 접수 현황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11월까지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 건수는 3만6105건에 달했어요. 2016년 1만9495건, 2017년 2만2849건, 2018년 2만8231건, 2019년 2만6257건에 비하면 지난해는 약 30% 이상 증가한 수치예요. 양 의원은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아지며 층간소음이 늘었고, 보복 소음으로 번지는 등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어요.

○층간소음은 왜 괴로울까

층간소음은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소음을 말해요. 집안에서 생활하며 발생하는 소리가 다른 집으로 전달돼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죠. 뛰거나 걷는 동작 때문에 발생하는 직접충격 소음과, 텔레비전 등을 사용해 발생하는 공기전달 소음을 모두 포함해요. 단, 활동하는 시간(6시∼22시)에는 1분간 측정한 평균 소음이 40dB(데시벨) 이상, 잠을 자는 시간(22시∼6시)에는 35dB 이상인 경우에 ‘층간소음’으로 정의합니다.

층간소음은 왜 괴로울까요. 첫째 저주파 소음이 벽을 타고 멀리 전달되기 때문이에요. 집 안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소음은 주파수가 100Hz 보다 낮은 저주파 소리인데 주파수가 낮을수록 오랫동안 에너지가 남고, 더 오래 멀리까지 퍼지거든요. 층간소음은 공동주택의 벽을 타고 퍼져나가는데 아랫집은 물론 위, 양옆, 한 집 건너 집까지 영향을 미친답니다.

시간과 크기를 예측할 수 없는 것도 문제예요. 같은 크기의 소리라도, 예상치 못한 소리에 더 불편함을 느끼게 되거든요. 사람마다 소음의 기준이 다른 것도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어요. 흔히 소리의 세기는 데시벨로 나타내지만 데시벨 값이 크다고 무조건 소음은 아니거든요. 소음의 기준이 주관적이다 보니 누군가에게 조용한 음악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소음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소음 측정 방식을 바꿔라!

싱가포르 난양공대의 간웅센 교수팀이 고안한 노이즈 캔슬링 창문. 간웅센 교수팀 제공
싱가포르 난양공대의 간웅센 교수팀이 고안한 노이즈 캔슬링 창문. 간웅센 교수팀 제공
층간소음으로 지속적 고통을 받는 경우,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현장을 방문해 소음을 측정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요. 그런데 2019년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서 현장에 나가 소음을 측정한 462건 가운데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는 35건(7.6%)에 불과했대요. 분명 시끄럽고 괴롭지만, 층간소음은 아니라는 거예요.

이런 일이 지속되자 전문가들은 층간소음 기준과 측정 방법의 한계점을 지적하며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어요. 측정이 정확해야 층간소음 피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새로 지은 공동주택의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이 기준에 맞는지도 확인할 수 있거든요.

지난해 3월 국토교통부는 올해 6월부터 충격원을 타이어를 이용한 뱅 머신에서 고무공인 임팩트볼로 바꾸기로 결정했어요. 뱅 머신은 7.3kg의 타이어를 0.85m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방식이에요. 일본에서 많이 쓰는 방식으로, 다다미 바닥의 특성을 고려해 큰 충격력(약 4500N)을 내도록 설계됐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 바닥이 콘크리트로 돼 있어 충격력이 너무 크고 실제 어린이들이 뛰는 발소리와도 차이가 커요.

대안으로 나온 임팩트볼은 2.5kg 고무 재질의 공을 반복하여 떨어뜨리는 거예요. 뱅 머신에 비해 충격력이 작고(약 1600N), 어린이들이 뛸 때의 충격력(1000∼3000N)과 유사해 새로운 측정 방법으로 활용될 예정이랍니다.

○소음을 없애주는 노이즈 캔슬링

학계에서는 집 밖 소음을 차단해주는 노이즈 캔슬링 기술에도 관심이 많아요. 지난해 12월 싱가포르 난양공과대의 간웅센 교수팀은 집안으로 전달되는 외부 소음을 절반으로 줄이는 장비를 개발했다고 밝혔어요. 연구팀이 개발한 장비는 지름 4.5cm 크기의 작은 스피커예요. 스피커에 붙어 있는 센서가 외부 소음을 감지하면 같은 주파수지만 파형이 정반대인 소리를 내보내요. 그럼 외부 소음의 진폭이 상쇄돼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거예요. 이런 기술을 ‘능동소음제어’라고 하죠. 우리가 최근 많이 사용하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과 같은 원리예요.

하지만 아직까지 싸고 완벽한 층간소음 제거 기술은 나오지 않았어요. 그전까지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역시 집에서 뛰지 않는 것이겠지요?

이윤선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petit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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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노이즈캔슬링#층간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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