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美 법학계 최초 램지어 교수 주장 반박 논문 나왔다

박상준 기자 입력 2021-02-26 22:26수정 2021-02-26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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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 논문 작성한 미 대학 교수 3명 미국 조지아주립대 로스쿨 교수들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가 작성한‘위안부는 성매매 여성’이라는 내용의 논문에 대해 미국 법학계에서는 처음으로 반박 논문을 작성해 게재했다. 공동 저자로는 (왼쪽부터) 이용식, 나츠 사이토, 조나단 토드리스 조지아 주립대 로스쿨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미국 조지아 주립대 로스쿨 제공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계약 성매매 여성’으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주장을 반박하는 논문이 미국 법학계에서 나왔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논란을 빚은 뒤 미국 법학계에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한 반박 논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6일 법학계에 따르면 미국 법경제개발원장을 맡고 있는 이용식 조지아 주립대 로스쿨 객원 교수는 같은 로스쿨 나츠 사이토 교수, 조나단 토드리스 교수와 함께 ‘성노예 제도 계약의 오류(The fallacy of contract in sexual slavery)’라는 제목의 논문을 최근 사회과학연구네트워크(Social Science Research Network)에 게재했다.

이 교수는 해당 논문에서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해당 논문에는 램지어 교수의 ‘일본군이 위안부를 모집하며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한 적이 없고, 한국인 모집책의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 사실적 근거가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피해자들의 증언은 물론이고 여러 연구 결과와 국제기구 보고서 등이 위안부 피해가 전쟁 중 발생한 성노예제임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논문은 특히 1998년 일본 야마구치 지방법원이 “위안부 제도는 성별과 민족에 대한 차별에 바탕한 제도이며 일본 헌법 제13조에서 보장하는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한 점을 들어 램지어 교수의 주장이 허위라고 지적했다. 유엔 인권위원회의 라디카 쿠마라스와미, 게이 맥두걸 특별보고관이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하며 “거의 대부분의 피해자들에게 합법적인 계약은 전혀 없었고 오직 강제 동원과 기망, 고문과 살인만이 존재해 성노예 제도라는 개념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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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담긴 논리에 허점이 있다는 내용도 이번 반박 논문에 포함됐다. 램지어 교수는 ‘상호 의존적이고 이성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수학적 이론인 ‘게임이론’을 들어 위안부 피해자들이 성매매 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돈을 많이 벌려는 민간 성매매 업자와 노동을 적게 하려는 여성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용 계약을 맺었다는 식이다. 이에 대해 반박 논문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자신의 의사에 따른 결정을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강제로 동원됐기 때문에 게임이론이 적용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게임이론은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논문은 “위안부 피해자들은 강제로 끌려가거나 성노예가 아닌 다른 일을 맡게 될 것이란 말을 듣고 속아 위안소로 갔다”며 “이렇게 동원된 피해자들은 램지어 교수가 언급한 이른바 ‘계약’의 조건을 협상할 위치에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게임이론은 더더욱 들어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지 70년이 지났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의 트라우마는 전쟁 범죄의 책임을 부인하고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들에 의해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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