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사의 본질은… ‘대통령 패싱’ 진압하려다 실패?

이태훈 기자 입력 2021-02-22 11:55수정 2021-02-2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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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수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1. 2. 22 청와대사진기자단
신현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사의 파동을 불러온 검찰 고위 간부 인사안의 대통령 결재 과정에 대한 의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의 정식 결재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장 인사 발표를 강행했고, 주무 수석인 신 수석이 인사 경위 파악을 위해 법무장관에 대한 감찰을 요구했지만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인사안을 사후 승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번 파동의 이면에 ‘민정수석 패싱’보다 더한 ‘대통령 패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도 나온다.

정상적인 청와대 업무 프로세스라면 대통령 결재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주무 장관이 인사 발표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신 수석과 박 장관 사이에 인사 조율이 끝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인사 발표 전 대통령의 재가는 있었고 결과적으로 이달 7일 법무부가 발표한 인사안에는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주 신 수석의 사의 표명을 공식 인정하면서 검찰 인사에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율되는 안은 민정수석까지”라며 “거기에 대통령은 결부시키지 말아 달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의 결재 과정에 대해서는 “절차나 과정에 대해 굳이 청와대에서 이뤄지는 일을 종이가 갔다, 문서가 갔다 이런 말씀을 안 드리겠지만 결과적으로 법무장관 (인사)안이 조율이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 보고가 가고 발표가 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신 수석과 가까운 법조계 인사들로부터 “신 수석은 본인이 패싱당했다고 (장관) 감찰을 요구하지는 않을 사람”이라는 말과 함께 “대통령 패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면서 신 수석이 사표를 던지게 된 주된 이유가 자신이 아닌 대통령 통치권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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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7일 발표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는 여러 사정으로 미뤄볼 때 모든 것이 휴일인 일요일에 급작스럽게 진행된 정황이 많다. 법무부와 검찰을 담당하는 법조출입기자단에는 이날 낮 12시 18분 문자를 통해 ‘오후 1시 30분쯤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발표 예정’이라는 예정에 없던 공지가 발송됐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인사 발표 2분전쯤 명단을 받았고, 신 수석도 대검의 연락을 받고 인사 발표가 된다는 것을 알 정도로 인사 발표 흐름에서는 소외돼 있었다.

검찰과 법무부 간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교체를 요구한 윤 총장의 의견을 인사에 반영하려던 신 수석으로서는 조율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인사 발표가 된 것에 적잖이 당혹해하면서도 민정수석으로서 그 즉시 인사 발표를 둘러싼 경위 파악에 나섰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검찰 인사안에 대한 대통령 결재가 있었는지, 결재가 있었다면 주무 수석인 자신을 제치고 누가 결재를 올렸는지, 대면 결재인지 전자결재인지 등을 면밀히 파악했을 가능성이 있다.
신현수 민정수석. 뉴스1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통치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만한 인사 전횡이나 패싱 정황이 발견되자 신 수석이 고위공직자 감찰에 나설 수 있는 민정수석의 권한을 가지고 박 장관 감찰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만약 법무부 기자단에 인사 발표를 예고한 공지가 나간 7일 낮 12시경 상황이 대통령의 정식 결재가 나지 않은 상태였다면 이는 대통령 통치권을 둘러싼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20일 “대통령 재가 없이 법무부 인사가 발표되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공직기강 업무를 관장하는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나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그런 행위가 있음이 의심되는 명백한 정황이 확인되는 경우 감찰에 착수하거나 그 진상을 파악한 다음 대통령에게 보고하거나 수사를 의뢰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신 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민정수석의 이 같은 직무상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것이 벽에 부닥치자 자신의 공간이 없다고 판단하고 직을 던지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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