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잡으려 집요하게 덤비는 황정민, 그가 곧 광수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영화속 유독 많이 등장하는 광수대… 치열한 경찰의 삶 투영

영화 ‘베테랑’에서 광역수사대 강력팀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도주하는 신진그룹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쫓고 있다. 광역수사대 형사가 주인공인 영화 중 유일하게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이 영화에서 서도철은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베테랑’에서 광역수사대 강력팀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도주하는 신진그룹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쫓고 있다. 광역수사대 형사가 주인공인 영화 중 유일하게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이 영화에서 서도철은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베테랑’ 속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추격하는 ‘서도철’(황정민), 드라마 ‘시그널’ 속 미제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을 잡는 ‘차수현’(김혜수)과 ‘박해영’(이제훈).

이들의 공통점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형사들이라는 것. 광역수사대는 2개 이상의 경찰서에서 발생한 동종 또는 유사 사건이나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을 수사한다. 이름 그대로 관할 구역에 구애받지 않고 지역을 넘나들며 사건을 파헤치는, 날고 기는 형사들이 모인 조직이다. 촉과 집념으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의 이미지, 픽션보다 더 픽션 같은 사건들을 취급하는 업무의 특성상 광역수사대는 작가와 감독에게 매력적인 이야기 소재다. 광역수사대가 영화와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유다.

광역수사대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중 가장 흥행한 건 1341만 관객을 모은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015년)이다. 조태오가 폭행을 사주했다고 의심하고 그 뒤를 쫓는 광역수사대 강력2팀 경사 서도철이 주인공이다. 영화 제목에 걸맞게 서도철은 동물적 감각과 포기를 모르는 집념을 갖춘 베테랑 형사로 등장한다. 체불 임금을 달라고 요구하는 하청업체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폭행을 사주하고, 그 과정에서 직원이 의식을 잃자 투신자살로 위장한 조태오의 범행을 추적하는 과정은 집요하다. “지금까지 대기업 회장 라인을 경찰이 건드린 역사가 없다”는 팀장의 만류에도 “쫄지 마. 안 죽어”라며 사건현장으로 향한다.

강윤석 강력범죄수사대(전 광역수사대) 의료수사팀장은 “조직을 일망타진하든 하나도 못 잡든 형사들이 받는 월급은 똑같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라는 서도철의 대사처럼 광역수사대 형사들은 돈과 상관없이 하나에 꽂히면 투지와 근성을 갖고 끝까지 판다. 그런 사명감이 서도철 캐릭터에도 잘 투영됐다”고 했다.

tvN의 ‘시그널’(2016년)도 피해자 가족들의 설움을 덜어줘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미제사건을 파헤치는 광역수사대 장기미제전담팀 형사들의 모습을 담았다. 드라마는 ‘대도(大盜) 조세형’ 사건,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등 실제 사건들에서 모티브를 따 경찰조직 내에서도 “미제사건을 쫓는 경찰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대개 경찰을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묘사했던 기존 작품들과 달리 죽음 앞에서 나약해지는 인간적인 모습도 담아 현실감을 높였다. “나도 범인 무서워. 그런데 어떻게 하냐. 누군가는 잡아야 하잖아” “짐승 같은 형사들도 자주 운다. 우리도 이렇게 힘든데 유가족들은 어떻겠냐. 유가족들이 흘린 눈물은 바다 같을 거다” 등이 명대사로 꼽히는 이유다.

경찰이 정의의 사도로만 그려진 건 아니다. 권력과 유착한 부패 경찰도 영화와 드라마에 자주 등장했다. ‘부당거래’(2010년)에서는 승진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광역수사대 강력폭력팀 반장 ‘최철기’(황정민)가 주인공이다. 청와대에 보고해야 하는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경찰의 실수로 사망하면서 광역수사대장은 사건을 빠르고 깔끔하게 해결하는 최철기에게 ‘범인만 잡으면 승진시켜 준다’는 제안을 한다. ‘비(非)경찰대’ 출신이라는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제안을 받아들인 최철기는 기업의 힘을 빌려 가짜 범인인 ‘배우’를 세우는 위험한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영화 ‘표적’(2014년)도 돈을 위해 조직폭력배와 손잡고 빌딩 소유주를 죽인 뒤 가짜 범인을 세우기로 계획하는 광역수사대 형사 ‘송 반장’(유준상)을 주인공으로 그렸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황정민#광수대#영화#드라마#베테랑#시그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