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 안전망’ 구축해 재난상황 때 지원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8일 03시 00분


완주군, 문화예술인 지원 조례 제정
‘지역문화활동 안전협의회’ 구성
3년마다 창작환경 등 실태조사
활동 증명 ‘경력정보시스템’도 구축

전북 완주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돕기 위한 조례 제정에 앞서 지난해 10월 의견수렴을 위해 개최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과 문화예술분야 종사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완주군 제공
전북 완주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돕기 위한 조례 제정에 앞서 지난해 10월 의견수렴을 위해 개최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과 문화예술분야 종사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완주군 제공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A 씨(30·여)는 2018년 전북 완주군에 도자기 공방을 열었다. A 씨는 직장에 다니는 선배들이 결혼이나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모습을 보고 취업보다는 창업을 선택했다. 수강생도 제법 있었고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강사로 참여하며 작품 활동도 이어갔다. 월세 등을 포함해 공방 운영에 매달 100만 원 정도가 들었다. 큰돈은 아니지만 운영비를 빼고도 손에 쥐는 돈이 적지는 않았다.

A 씨는 “디자이너라는 꿈을 포기하고 도자기 공예를 시작한 것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잘한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생활이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A 씨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삶이 크게 흔들렸다. 수강생이 크게 줄면서 4개월 정도 공방 문을 닫아야 했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자치단체 운영 프로그램도 줄줄이 폐강돼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A 씨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상황이 좀 나아질 거란 희망을 걸고 부모님께 빌린 돈으로 공방 문을 다시 열고 버티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가적 재난 상황과 다름없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문화예술인은 A 씨뿐만이 아니다. 7일 완주군에 따르면 지역 내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는 600여 명이다. 이들의 2018년 연평균 활동 수입은 120만 원 이하가 46.0%, 120만∼600만 원이 19.2%로 열악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수입이 더욱 급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완주군은 지난해 문화예술인의 피해 상황을 청취한 뒤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토론 등을 거쳐 이들을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완주군 지역문화계 재난위기 구호와 활동 안전망 구축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지역 문화계의 창작 환경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3년마다 실시한다. 또 위원장 1명을 포함해 15명 이내로 ‘지역문화활동 안전협의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지역문화계의 재난위기 구호 등을 위한 ‘완주문화안전기금’을 설치할 수 있어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위기 때 지원이 가능하다. 문화예술인들의 지역 내 활동을 증명해 정부의 각종 지원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경력정보시스템도 구축한다.

전국에서 재난 상황에 취약한 문화예술인을 지원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한 것은 완주군이 처음이다. 박성일 완주군수는 “지역의 문화 인사들이 직접 제안하고 행정과 의회, 주민들의 공감을 얻어 조례를 만들었다”며 “문화예술인들이 재난 상황을 극복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재난상황#문화예술인#지역문화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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