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바다 건너 제주에 온 독수리들, 마지막 1~2마리만 남아

뉴스1 입력 2020-11-24 13:03수정 2020-11-2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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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날씨가 이어진 9일 오후 경북 고령군 개진면 들녘에서 월동하는 천연기념물 243호 독수리가 햇볕을 쬐고 있다. 2020.1.9 /뉴스1 © News1
18년 전 바다를 건너 제주에 상륙한 독수리들 중 일부가 아직까지 생존해 꾸준히 목격되고 있다.

그러나 남은 개체수가 매우 적고 수명도 다한 것으로 보여 몇년 후 제주에서는 야생 독수리를 볼 수 없게 될지 모른다.

23일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등에 따르면 산간을 중심으로 독수리들이 매해 관측되고 있다.

최근에는 2018년 1월 조천읍 4마리, 2019년 9월 다랑쉬오름 2마리, 올해는 5월22일 애월읍 큰바리메오름과 새별오름 사이 상공에서 1마리가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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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수리들은 18년 전인 2002년 서귀포시 대정읍에 도래한 10여 마리 중 일부가 고향으로 떠나지 않고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2012년에는 제주시 애월읍에서 제주대 야생동물구조센터가 날개가 부러져 탈진한 독수리를 구조하기도 했다.

천연기념물 243호이자 멸종위기야생동물로 지정된 독수리는 중앙아시아, 몽골, 티벳, 중국 동북부 등에서 번식한다.

우리나라에는 몽골과 티벳 등에서 번식한 독수리들이 겨울철 비무장 지대와 경남 고성군 등에 정기적으로 찾아온다.

몸 크기가 1m에 달하는 독수리는 날개를 펼치면 2m에 가까워 ‘하늘의 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둥지는 숲이 있는 산악 지대에 틀지만 탁 트인 곳을 더 선호해 숲이 우거지고 평야가 드문 제주도는 독수리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은 아니다.

2002년 해당 독수리들이 제주에서 목격됐을 때에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육지부에는 겨울마다 수백마리씩 방문하지만 바다를 건너 제주까지 오는 경우는 드물어서다.

과거에도 1968면 3월20일 한라산 성판악에서 1마리, 1970년대에는 한림읍 금악리 금악오리에서 7마리가 관측되는 등 2002년 이전에도 단 2번의 기록만 있을 뿐이다.

제주까지 내려오는 경우도 드물지만 철새인 독수리가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20년 가까이 같은 곳에 머무는 사례도 흔한 일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문가들은 한라산 노루 사체 등의 먹이가 있고 제주의 기후 환경이 고향인 몽골과 유사한 점이 있어 나름대로 적응에 성공한 것으로 보고있다.

무엇보다 독수리들이 나이가 들면서 먼 여정을 떠나기 어려워진 것도 제주에 남은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다만 이 독수리들은 자체적인 번식은 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둥지가 확인되지도 않았다.

독수리 수명은 보호시설에서 39년까지 생존한 기록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20년 정도라고 한다. 현재 제주에 남은 독수리의 수명이 그리 오래남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 목격된 독수리들의 털 빛깔이나 상태로 볼때 상당히 나이가 든 것으로 추정된다.

목격자나 전문가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10여마리가 넘던 독수리들은 이제 많아야 2~3마리, 적게는 1마리만 겨우 남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완병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제주에 남은 독수리들이 번식했을 가능성은 낮고 확인된 바도 없다”며 “제주까지 독수리들이 내려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앞으로 새로운 독수리들이 나타나지 않는 한 지금 독수리가 마지막 독수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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