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운전에 과속-과적 일쑤… 대형사고 위험 안고 아찔한 질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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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운전, 멈추고 늦추자]<15> ‘도로 위의 흉기’ 화물차

지난달 26일 오전 경북 경주시 봉길터널 안에서 마주 오던 1t 화물차와 5t 화물차가 충돌하면서 운전자 1명이 크게 다쳤다. 
이처럼 화물차는  ‘고속도로 의 흉기’라고 불리며 연간 800건 이상 고속도로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최근 5년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의 절반가량은 화물차 사고로 숨졌고, 치사율도 지난해 기준 2.79명으로 전체 차량 치사율의 2배 수준을 
기록했다. 경주-=뉴스1
지난달 26일 오전 경북 경주시 봉길터널 안에서 마주 오던 1t 화물차와 5t 화물차가 충돌하면서 운전자 1명이 크게 다쳤다. 이처럼 화물차는 ‘고속도로 의 흉기’라고 불리며 연간 800건 이상 고속도로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최근 5년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의 절반가량은 화물차 사고로 숨졌고, 치사율도 지난해 기준 2.79명으로 전체 차량 치사율의 2배 수준을 기록했다. 경주-=뉴스1
올 8월 18일 오후 11시 50분경. 2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2명을 크게 다치게 한 교통사고가 충남 천안 천안논산고속도로의 차령터널 입구에서 발생했다. 사고의 발단도, 사고를 키운 것도 모두 화물차였다. 이날 16t 화물차를 몰던 A 씨(51)는 B 씨(61)의 승용차를 뒤에서 추돌했다. 처음엔 경미한 사고였다. 두 운전자는 사고를 수습하려고 차로 옆 갓길에 멈춰 섰다. 하지만 비극은 20분 뒤에 벌어졌다. 같은 방향으로 가던 또 다른 화물차가 정차한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해마다 고속도로에서 일어나는 대형 교통사고들은 대다수가 대형차, 특히 화물차가 관련된 경우가 상당하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차량 자체도 크지만 무거운 화물을 싣고 있다 보니 일단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측은 “업계 관행과 운전자 인식의 개선 없이는 화물차 사고가 줄지 않을 것”이라 지적했다.

○ ‘고속도로 위의 흉기’라 불려서야

경찰에 따르면 천안논산고속도로 참사는 뒤에서 왔던 25t 화물차가 좁은 갓길에 걸쳐 있던 16t 화물차를 피해가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A 씨의 화물차를 그대로 들이받으며 대형사고로 번진 것. A, B 씨가 현장에서 숨을 거뒀으며, 25t 화물차 운전사와 동승자도 크게 다쳤다.

최근 경기 오산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에서도 화물차로 인해 큰 사고가 벌어질 뻔했다. 밤늦은 시간 고속도로 4차로를 달리던 16t 화물차가 앞서가던 화물차를 추월하려다가 옆 차로 승용차와 그대로 부딪칠 뻔했다. 당시 화물차는 방향 표시등도 켜지 않은 채 갑작스레 차선을 변경해 뒤따라가던 3차로 승용차가 급하게 2차로로 빠져나갔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운전자 김모 씨(33)는 “2차로를 가던 차량의 간격이 크지 않아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며 “화물차를 괜히 ‘고속도로 위의 흉기’라 부르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사실 고속도로를 운전해본 이들은 위협적인 화물차 운행을 일상처럼 겪곤 한다. 고속도로에서 화물차로 인한 교통사고는 해마다 800건을 넘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화물차 교통사고는 4349건. 공단 관계자는 “2015년 854건에서 2016년 902건, 2017년 880건, 2018년 889건, 지난해 824건으로 그다지 나아지질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화물차 사고는 사람이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 같은 기간인 2015∼2019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1079명의 48.5%는 화물차 사고로 숨을 거뒀다. 거의 2명 가운데 1명꼴이다. 사상자 가운데 사망자 비율도 화물차는 높은 편이다. 연평균 21.1%로 같은 대형차인 버스(12%)보다 한참 높다. 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화물차 치사율(사고 대비 사망자 수)은 100건당 2.79명으로 전체 차량 치사율인 1.46명의 2배 수준”이라 지적했다.

○ 업계 관행 개선하고 안전장치 의무화해야

올 6월 충북 영동고속도로에선 8.5t 화물차가 갓길에 낙석방지용으로 세운 옹벽을 들이받았다. 사고 직후 넘어진 화물차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결국 운전자는 빠져나오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원인은 졸음운전이었다.

졸음운전은 화물차 사고의 대표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다. 그 다음으로 전방 주시 부주의와 과적, 과속 등 4가지가 최근 5년간 고속도로 화물차 사고의 95%를 차지할 정도다. 흉기라 불릴 정도로 위험이 부각되는데도 왜 화물차 사고는 개선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운전자들이 안전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대형차일수록 규정 속도와 우측 차로 운행을 엄격히 지켜야 하는데 화물차 운전자들은 ‘거친 운전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사고로 목숨을 잃은 화물차 운전자의 46.7%가 안전벨트조차 착용하지 않았다.

업계 관행 개선도 선행돼야 한다. 낮은 운임 비용 탓에 운전자 1명이 하루에 2, 3곳을 이동하는 무리한 스케줄을 강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운송시간을 줄이려다 보니 심야나 새벽을 이용한 과속 운행도 잦다.

이렇다 보니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은 화물차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인 과로, 과속, 과적 등을 막기 위해 다양한 활동도 벌이고 있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내년부터 여객자동차와 마찬가지로 2시간 이상 연속 운전 후 최소 15분을 쉬어야 한다. 총 중량 3.5t 초과 차량은 시속 90km를 넘지 않게 제한장치를 의무적으로 달아야 한다.

▼ 추월은 1차로… 화물차는 맨 오른쪽 차로 이용을 ▼

“버스전용차로 외의 다른 차로는 구분이 없어졌다고 아는 운전자가 많아요. 그게 아찔한 상황을 많이 일으키고 있습니다.”

회사원 A 씨(35)는 2년 전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다. 추월차로에서 앞차를 제치려던 승용차가 A 씨가 가던 차로 쪽으로 갑자기 끼어든 탓이었다. 2017년 12월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오히려 사고 발생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정안은 편도 3차로 이상의 고속도로를 1차로와 왼쪽, 오른쪽 차로로만 구분했다. 1차로는 추월을 허용하고, 나머지 두 차로 가운데 왼쪽은 승용차와 중소형 승합차가 이용하도록 했다. 오른쪽은 화물차 등 대형차 통행로로 규정했다.

기존 안은 편도 4차로를 기준으로 했다. 1차로는 추월, 2차로는 승용차 및 중소형 승합차, 3차로는 대형 승합차 및 1.5t 이하 화물차, 4차로는 1.5t 이상 화물차 및 특수차로 구분했다. 하지만 차종이 지나치게 세분화돼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아 개정을 하게 됐다.

그런데 이 개정안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며 운전자들은 더 큰 혼동을 겪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예 차로 구분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났다”며 “이러다 보니 1차로에서도 정속 주행을 하는 운전자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결국 추월을 시도하는 차량들이 여러 차로에서 빈번히 차선을 변경하며 사고를 일으키는 ‘풍선효과’마저 나타나고 있다.

화물차도 상황은 엇비슷하다. 다른 차량들이 4차로 진입이 가능해진 데다 ‘오른쪽 차로’라는 게 모호하게 여겨져 다른 차로로 진입하는 데 거부감이 사라졌다. 화물차 운전자인 김모 씨(55)는 “2017년 전엔 4차로만 달려야 했지만, 지금은 앞차를 추월하려고 종종 차로를 변경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교통당국이 이런 잘못된 오해를 고치기 위해 적극 나서길 주문했다. ‘매너 차로’를 홍보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규정이 바뀌었더라도 1차로는 추월을 허용하고, 제일 오른쪽 차로는 대형차들의 전용구간으로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화물차를 포함한 대형차들도 가급적 맨 오른쪽 차로를 벗어나지 않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도 “차로 구분에 대한 기존 안과 새로운 규정에 대한 인식 충돌이 사고를 유발하는 경우가 잦다”며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을 하나의 지침으로 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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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 팀장 박창규 사회부 기자 kyu@donga.com

▽ 서형석(산업1부) 김동혁(경제부) 정순구(산업2부)

전채은(사회부) 신아형(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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