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에 1억 쏜 초등생…4000만원 받은 BJ는 “다써서 환불 못 해”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11월 3일 14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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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 초등학생이 실시간 방송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BJ들에게 1억3000만 원을 입금해 논란이 된 가운데 아직 4000만 원가량은 환불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 A 양(11)의 아버지 B 씨는 3일 라디오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건 인지부터 현재까지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A 양이 이용한 ‘하쿠나 라이브’ 앱은 PC나 모바일을 통해 다운받으면 BJ들이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을 볼 수 있다. 14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회원가입이 가능하다. A 양은 어머니의 휴대폰을 이용해 계정을 만들었으며, 여러 명의 BJ들에게 ‘다이아몬드’라고 하는 후원금을 쐈다. 그 금액은 모두 1억3000만원으로 A 양 가족의 전셋집 이사를 위해 모은 보증금이라고 한다.

B 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딸이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많이 들어가서 방송을 종류별로 봤는데 친해졌던 BJ가 있었다”며 “가장 많이 후원하는 사람을 ‘회장님’이라고 불러주는 등 대우해 주는 것을 보고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BJ의 ‘회장님’이 되고 싶어 했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아이 엄마 휴대폰을 이용해 연동돼 있던 카카오페이에서 돈을 결제했다”며 “아이는 비밀번호를 몰랐으나 유튜브 검색을 통해 비밀번호 설정하는 법을 따라해 자신이 만든 비밀번호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뇌병변장애와 시각장애가 있는 A 양의 어머니는 휴대폰 비밀번호를 설정할 수 없었고, 해당 사실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B 씨는 “처음에는 사이버수사대를 찾아가 하쿠나 라이브, 구글, 카카오페이 등과 접촉해 하소연을 했는데 다 처음 대답은 무조건 환불 불가였다”며 “하쿠나 라이브는 아예 전화번호가 없어 이메일로 수십여 차례 사정을 이야기 했고 지난 9월 줌미팅을 통해 BJ들과 연락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사정을 들은 대부분의 BJ는 환불해주겠다고 했으나, 4000만 원을 후원받은 딱 한 명은 환불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다 써버렸다는 것이다.

B 씨는 현재 A 양의 상태에 대해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며 “믿었던 사람들에게 굉장한 상처를 받은 상태다. 사람과 외출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제가 아무리 설득을 해도 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B 씨는 하쿠나라이브와 관련한 피해 사례를 취합한 것을 토대로 이 앱의 ‘프라이빗 방’을 통해 일어난 일들도 폭로했다.

B 씨는 “프라이빗 방에서는 비밀번호를 걸고 일부를 초청해 ‘다이아몬드(후원)를 몇 개 줄 테니 노예 생활을 해 달라’ 등 요구를 하기도 한다”며 “오히려 BJ가 청취자에게 요청을 하기도 한다. 미성년자들은 자신의 정체가 노출되는 것을 굉장히 꺼려하기 때문에 그것을 약점으로 잡고 비밀방을 개설해서 원하는 방송,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성년자들이 N번방과 같은 심각한 성착취 범죄에 놓일 수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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