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관광사업체’ 만들어 지역 관광산업 이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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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같이, 지역의 가치를 위하는 관광두레]
〈1〉 서산관광두레

충남 서산관광두레 주민사업체 대표들이 20일 해미읍성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한초랑 청년PD, 정태숙 바늘꽃피우다 대표, 김형태 PD, 마영달 서산오감체험협동조합 대표, 김순철 해미읍성역사보존회 사무국장.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충남 서산관광두레 주민사업체 대표들이 20일 해미읍성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한초랑 청년PD, 정태숙 바늘꽃피우다 대표, 김형태 PD, 마영달 서산오감체험협동조합 대표, 김순철 해미읍성역사보존회 사무국장.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기획 지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주민 관광조직인 관광두레. 우리의 전통문화인 ‘두레’와 ‘관광’을 결합해 2013년 도입했다. 주민 스스로 지역특색을 지닌 관광사업체를 만들어 운영하는 조직으로 현재 전국 41개 지역에서 216개 주민사업체가 활동하고 있다. 본보는 4회에 걸쳐 충청권 관광두레를 탐방한다. <편집자 주>》

“서산 관광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행정기관에서 하지 못하는 영역을 주민 조직인 ‘관광두레’가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충남 서산시청 노상권 관광산업과장)

충청권에서 서산 관광두레는 가장 활발한 두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관광두레가 활동하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게 바로 관광두레PD다. 이들은 현장에서 주민사업체를 발굴 조직하고 창업과 경영을 지원한다. 또 관공서와 주민, 주민과 전문가 사이 중간지원 역할도 한다.

○ 관광두레, 그리고 관광두레PD


“서산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자원이 많습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이듯, 이를 하나둘씩 연계하니 매력적인 관광 상품이 됐습니다.”

20일 서산 해미읍성 입구에서 만난 서산관광두레 김형태 PD(36). 그가 관광두레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7년 12월쯤이다.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공부한 뒤 한때 미국에서 취업했던 김 PD는 고향인 서산으로 돌아와 새로운 일자리를 찾던 중 문체부의 관광두레PD 공모에 응모했다.

“지역에서 자기 일만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소중한 관광자원들…. 이런 것들이 모이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 생각했어요.”

김 PD는 이런 고민 끝에 ‘상점195협동조합’, ‘서산오감체험협동조합’, ‘해미읍성역사보존회’에 이어 올해 ‘바늘꽃피우다’를 결성했다. 김 PD는 이 같은 아이템으로 관광두레PD에 응모해 한번에 합격했다.

행정기관 중심으로 추진해오던 관광 사업에서 이제는 주민 주도로 추진할 수 있는 또 다른 축이 생긴 셈이다.

○ 주민 공동체 조직, 관광선봉에 서다


상점195협동조합의 ‘195’는 서산시 행정구역이 1개 읍(邑) 9개 면(面) 5개 동(洞)인 점에서 따온 것이다. 지역 공예인 10여 명은 서산시가 농수특산물 이외 마땅한 관광 기념품이 없는 점에 착안해 서산 해미읍성이나 삼길포 등 지역 명소를 상징하는 공예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올 3월에는 서산시청 근처에 15평짜리 어엿한 매장도 냈다. 방현숙 대표(54)는 “관광두레의 지원으로 아이디어도 내고 작품을 만들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리면서 멀리서 찾아오는 여행자들도 있다”고 자랑했다.

해미읍성역사보존회(회장 김종완)는 사적 제116호인 해미읍성 안에서 주막 카페와 국궁체험, 연(鳶) 제작 및 기념품 등을 판매한다. 예전에도 이곳에서 상가를 운영해왔지만 관광두레 주민사업체가 되면서 ‘관광’이라는 콘텐츠에 맞게 홍보, 마케팅 등까지 하는 새로운 조직으로 변신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순교지이기도 한 해미읍성을 방문했을 때 교황이 먹었던 마늘빵을 ‘키스링(kiss-ring)’이라는 브랜드로 탈바꿈시켜 지금은 방문객들이 꼭 찾는 시그니처가 됐다. 지난해 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서산오감체험협동조합(대표 마영달)은 서산의 자연생태를 활용한 관광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말을 타고 아름다운 가로림만 해변을 감상하거나 갯벌에서 바지락을 채취해 직접 칼국수를 끓여 먹는 체험도 인기다.

바늘꽃피우다(대표 정태숙)는 자수 공예 등에 종사했거나 좋아하는 주부 5명으로 결성됐다. 재활용품에 서산특색을 담는 업사이클링 제품에 관심이 많다.

김 PD는 “그동안 흩어져 있는 주민들의 능력, 소홀히 다뤄졌던 관광자원을 ‘관광두레’라는 울타리를 통해 재탄생시켜 관광객들에게는 즐거움을, 주민들에게는 경제적 혜택을 주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조직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고 있다”고 했다.

송현철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장은 “주민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해당 지역을 더욱 유명하게 만드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서산#관광두레#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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