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수산자원연구소, 국내 첫 참다랑어 수정란 생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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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육상수조서 양식 성공, 호주-일본 이어 세계 3번째
한달여만에 수정란 10만개 확보… 새끼 잘 자라면 어업인에 분양

국내 최초로 육상 수조에서 생산한 참다랑어 알에서 깨어난 새끼(위쪽 사진). 남해안의 참다랑어 외해 양식장. 경남도 제공
국내 최초로 육상 수조에서 생산한 참다랑어 알에서 깨어난 새끼(위쪽 사진). 남해안의 참다랑어 외해 양식장. 경남도 제공
올 8월 초 경남 통영시 산양읍 경남도 수산자원연구소(소장 하해성)에 있는 지름 20m, 깊이 9m인 대형 육상 수조(水槽) 안으로 이정태 연구사(41·이학박사)가 들어섰다. 잠수복을 입은 그의 손엔 길이 1m가 조금 넘는 작살총이 들려 있었다.

작살총 끝에 장착된 25cm의 작살은 산란을 유도하기 위한 호르몬제(LHRH) 주사다. 이 연구사는 저수조에서 헤엄치던 길이 1.8∼2m, 무게 150kg 안팎인 참다랑어 암컷 2마리와 수컷 5마리의 등 근육에 호르몬 칩을 쐈다.

김춘근 경남도 해양수산국장은 6일 “참다랑어 암컷 어미가 수온 24도 정도의 자연 상태에서는 쉽게 산란을 하지만 면적이 좁은 육상 수조에서는 좀처럼 알을 낳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형 수조는 비용이 많이 들어 가온(加溫)으로 수온을 유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참다랑어가 작은 충격에도 놀라 수조 벽에 부딪히기 일쑤라는 것이다.

22년째 대구와 참다랑어 양식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박대원 연구사(51·수산학 박사)는 “장기적인 연구와 관찰을 통해 자연산란 유도보다는 호르몬을 이용한 산란 자극이 효율적일 것으로 보고 수온이 올라가는 8월 초순에 호르몬 칩을 삽입했다. 몇 차례 모의실험을 거치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일주일 뒤부터 암컷 참다랑어가 산란을 시작했고 곧바로 수컷들이 정자를 뿌려 수정을 했다. 2013년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에서 5kg짜리 참다랑어를 가져온 지 7년, 이들을 어미로 키운 뒤 수정란을 받으려고 시도한 지 3년 만에 육상 수조에서 수정란을 성공적으로 생산하는 순간이었다. 이런 나라는 호주와 일본뿐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이며, 국내에선 최초다. 수정란 생산은 양식 연구의 기초로 매우 중요하다.

경남도 수산자원연구소는 이런 과정을 반복해 8월 8일부터 지난달 14일까지 참다랑어 수정란 10만 개를 확보했다. 이 중 6만 개는 연구소 내 수조 2곳에서 부화실험을 진행하고 나머지 4만 개는 국내 참다랑어 연구의 본산이자 공동연구 기관인 제주수산연구소에 분양했다. 연구의 성공률을 높이려는 의도다. 이후 추가로 확보한 2만 개는 부화를 거쳐 현재 민어 알을 먹이로 키우고 있다. 앞으로는 돌돔 새끼를 먹일 예정이다.

연구소는 육상 수조에서 생산·부화한 참다랑어 새끼가 잘 자라면 연구용으로 활용하고 일부는 양식 어업인에게 분양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선 제주 1곳과 통영 2곳에서 참다랑어를 해상 양식 중이다.

참다랑어는 세계적인 자원량 감소 어종으로 어획량을 제한하는 추세다. 양식으로 생산량을 늘리는 나라는 체계적으로 인공 종자를 생산하는 일본이 유일하다. 참다랑어는 대체로 무게 40kg이 될 무렵에 마블링이 생기고 70∼80kg에 출하한다. 출하 가격은 1kg에 4만 원 정도다. 지난해엔 5만 원 선이었으나 최근에는 약간 떨어졌다.

박 연구사는 “참다랑어는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고급 어종이어서 산업화를 위해서는 양식 기술 확립이 필수적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등과 함께 수정란 생산에 이어 종자 생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참다랑어
다랑어 중 가장 크다. 잠을 자면서도 시속 20km 이상으로 달린다. 아가미 근육이 발달되지 않아 입으로 물을 빨아들이며 호흡하기 때문이다. 최고 시속이 160km여서 ‘바다의 포르셰’로 불린다. 적조와 태풍에 약해 양식도 어렵다.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멕시코 해역에 분포하는 것은 태평양 참다랑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경남도#수산자원연구소#참다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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