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 집회 주최측 “1인시위로 진행”… 경찰 “현장 제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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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대면-차량집회 모두 불허에 경찰, 편법시위로 번질까 우려
200대 행진 예고단체 “결정 수용”… 민변 “차량 금지, 집회 자유 침해”

개천절 도심 대면 및 ‘드라이브 스루’ 집회를 모두 금지하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지만 경찰은 집회 신고 단체들이 1인 시위 등을 이어가기로 한 만큼 대규모 집회로 변질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최인식 ‘8·15비상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29일 오후 법원의 결정이 나온 직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천절에 각자 전할 말을 적은 피켓을 들고 나와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는 것으로 집회를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8·15비대위는 다음 달 3일 광화문광장에서 1000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종로경찰서에 신고했지만 금지 통고를 받았다. 이후 광화문광장 근처 동화면세점 앞에서 200명이 참석하는 규모로 집회를 축소 신고했지만 이마저 금지 통고를 받았고 25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경찰은 8·15비대위 측이 계획하고 있는 다수의 1인 시위를 불법 집회 시도로 보고 있다. 집회 금지 통고를 받은 단체 주도로 같은 공간에서 1인 시위하는 것을 사실상 불법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지난달 15일 광복절 집회 당시 동화면세점 앞 인도 등에서 100명 규모의 집회만 허가됐으나 사랑제일교회 등에서 온 참가자들이 몰리면서 실제 집회 인원이 수천 명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경찰은 8·15비대위 측의 1인 시위도 대규모 집회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8·15비대위 외에도 여러 단체에서 1인 시위를 나가라고 선동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제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28일 10인 미만의 집회라도 대규모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금지 통고를 하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개천절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1184건 가운데 10인 이상 규모이거나 장소가 집회 금지 구역에 해당돼 경찰로부터 금지 통고를 받은 집회는 137건이다. 서울시도 경찰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 집회 금지 처분을 각 단체 등에 전달했다.

서울시는 금지된 집회가 열릴 경우 주최자와 참여자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해당 집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다.

차량 200대 규모의 도심 행진 시위를 신청했다가 경찰로부터 금지 통고를 받은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측은 우선 법원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 이 단체의 최명진 사무총장은 “법원의 결정이 나왔고 위법을 저지를 수는 없으니 판단을 따르겠다. 하지만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에 분노한다”고 했다. 최 사무총장 등은 30일 법원과 경찰의 집회 금지 처분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경찰은 개천절에 차량 행진 시위를 강행할 것에 대비해 광화문광장 주변 등 도심권 주요 도로를 현장 상황에 따라 통제하기로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차량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국제인권규범 및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상당하다”며 “차량집회를 허용하기 위한 충분한 검토 없이 수립된 정부의 무관용 방침은 헌법적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민구 warum@donga.com·이지훈·박종민 기자
#개천절#집회#법원#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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