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댔는데 95% 손실”…‘라임사태’ 재판 선 개그맨 김한석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9월 17일 15시 54분


코멘트

8억 잃은 김한석, 전화 녹음으로 라임 사태 세상에 알려

김한석(MBC ‘사람이 좋다’ 제공)
김한석(MBC ‘사람이 좋다’ 제공)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라임)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 관련 재판에 개그맨 김한석 씨(48)가 증인으로 출석해 투자금 손실 사실을 밝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1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금융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라임 펀드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은 김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씨는 장 전 센터장의 권유로 자신과 배우자 명의로 ‘라임 타이탄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2호’(타이탄 2호) 등 라임 펀드에 투자했다가 8억2500여만 원을 잃었다고 했다.

김 씨는 펀드 관련 설명서 없이 장 전 센터장의 구두설명만 들고 투자를 시작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설명서를 준 적 없고, 구두로 이야기하고 돈을 입금했다. 이후 ‘세 달 이후 감사 나올지 모르니 사인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수기로 써온 것 위에 덧대서 썼다”고 투자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씨는 몇 달 후 펀드 관련 서류를 직접 작성할 때가 돼서야 라임 펀드가 ‘공격 투자형’, ‘적극 투자형’ 상품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방송하고 전세자금 받은 돈이고, 30년 모은 돈이 잘못되면 안 되니 위험부담이 큰 것은 안하겠다고 했다. 근데 그럴 때마다 (장 전 센터장은) ‘형식적인 것이니 (동의라고) 쓰면 된다’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손해액에 대해선 “정확히 손해를 얼마나 봤는지 모른다”며 “두 달 전에 받은 연락으로는 95% 손실이라고 들었다. 거의 남은 돈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DB
동아일보 DB

김 씨의 투자 사실은 라임사태 피해자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우리 김정철 변호사의 페이스북 글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그맨 김한석 씨가 성실하게 생활하며 착실히 모은 돈을 장 전 센터장이 말한 ‘원금손실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고, 예금처럼 안전하다. 손실이 날 가능성은 로또 당첨되는 것보다 어렵다’라는 말을 그대로 믿고 라임펀드에 가입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라고 적었다.

김 변호사는 “사람들은 원금손실이 제로에 가깝게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한다. 높은 수익을 거두려 했던 욕심이 아니냐고 하시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설명을 최고 잘나가는 전문가인 대신증권 반포 지점장이 계속 강조한다면 믿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김 변호사는 올해 초 라임 사태를 세상에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한 ‘녹취 파일’도 김 씨가 제공한 것이라고 했다. ‘녹취 파일’은 라임에 대한 금융감독원 검사를 청와대 행정관이 무마했다는 취지로 장 전 센터장이 피해자에게 말하는 내용이다. 이 피해자가 김 씨라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전 청와대 행정관 김모 씨,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장 전 센터장 등이 구속되는 단초를 제공한 녹취파일은 김 씨가 라임사태가 벌어지고 나서 장 전 센터장이 라임사태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워 녹음을 해둔 것”이라며 “그것이 SBS 기자를 통해 첫 보도되면서 라임사태가 단순히 금융사고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한석 씨는 라임 피해자들의 피해구제에 매우 중요한 증거자료와 범죄자들을 구속시키는데 단초를 제공하는 용기를 내주신 분”이라며 “여러분들께서 응원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렇게 실명을 공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