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신고로 장마철 대형 철도사고 막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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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중앙선 건널목에 토사 밀려들자… 주민들 제보로 열차 운행 긴급 중단
한국철도 “복구 완료 후 사례할 것”

손병석 한국철도 사장(가운데)이 올해 장마로 토사유입, 지반침하 등 피해를 입은 철로 현장을 점검하고 관계자들을 독려하고 있다. 한국철도 제공
손병석 한국철도 사장(가운데)이 올해 장마로 토사유입, 지반침하 등 피해를 입은 철로 현장을 점검하고 관계자들을 독려하고 있다. 한국철도 제공
“사상 최장 기간의 장마, 또 유례없는 철로 유실 등의 피해에도 단 한 명의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것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신고 덕분이었습니다.”

중부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렸던 2일 오전. 충북 제천에 있는 중앙선 구학건널목 인근 선로에는 엄청난 토사가 밀려 왔다. 20여 m 구간이 순식간에 토사가 덮쳐 열차 운행은 불가능해졌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이런 급박한 현장 소식을 신속하게 전달한 것은 다름 아닌 건널목 주변 주민들이었다.

때마침 이날 오전 8시 21분 제천역에서는 누리로 열차가 원주역으로 출발하려던 참이었다. 한국철도는 곧바로 열차 운행을 중단시켰다. 만약 열차가 이런 사실을 모르고 현장에 도달했다면 자칫 대형 피해가 우려되던 상황이었다.

같은 날 경북 봉화군 영동선 봉성역 인근 선로에도 양동이로 쏟아 붓는 듯한 비로 토사가 쏟아졌다. 이 역시 주민 제보로 열차를 미리 세울 수 있었다.

올해 장마기간 전국에서 철도 피해가 잇따랐으나 관련 인명피해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던 것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신고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한국철도에 따르면 올해 장마로 충북선과 태백선, 중앙선, 장항선 등 전국 12개 철도 노선에서 발생한 선로 안 토사 유입, 침수, 낙석, 노반 유실 등의 피해는 총 92건. 이 중 주민 신고나 현장 직원의 재량에 의해 열차 운행을 중지해 추가 피해를 예방한 사례는 21건이었다. 이 가운데 시민 제보는 5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피해 노선 중 중앙선, 장항선, 함백선, 경부선, 경전선, 전라선, 호남선, 경춘선 등 70곳은 현재 피해 복구가 끝난 상태다. 충북선, 태백선, 영동선, 경강선, 경원선 등 22곳에서는 복구작업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열차 운행은 충북선 충주∼제천 구간을 제외하곤 모두 정상화됐다. 특히 충북선 일부 구간은 선로 지반이 완전히 유실돼 이달 말이나 내달 초는 돼야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한국철도는 내다봤다.

손병석 한국철도 사장은 “선로 토사 유입 등은 자칫 열차의 탈선이나 전복으로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공사 측의 사전 대비 못지않게 주민 제보가 이 같은 2차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철도는 복구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제보를 통해 열차 안전을 지킨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또 시멘트공장이 밀집돼 있는 충북 단양 등의 원활한 물류를 위해 기존 요금을 적용해 우회 노선으로 이용토록 하고 있다.

한국철도 관계자는 “집중호우에 따른 선로 유실과 토사 유입 등 동시다발적인 피해 발생으로 초비상근무에 돌입한 상태”라며 “철도 현장에서 긴급 상황을 발견하면 정부 민원안내콜센터 ‘110’번으로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충북 제천#한국철도#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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