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100일’ 일주일 남았는데…코로나 환자 급증에 학원가 ‘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8일 21시 20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18일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전한 2단계’로 강화되면서 운영을 전면 중단하게 된 수강생 300명 이상 대형 학원가는 이날 오후 큰 혼란을 겪었다. 특히 대학수학능력시험 ‘D-100일’을 불과 일주일 남겨두고 19일 0시부로 집합금지 행정명령 조치가 내려지자 재수 등을 준비하던 졸업생들은 황급히 짐을 싸 퇴소하는 등 당혹해했다. 경기 외곽의 산속 등에 있는 대형 기숙학원들은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야 할지를 두고 정확한 지침을 몰라 늦게까지 초조해했다.

18일 교육부에 따르면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적용되는 수도권에는 서울 402개, 경기 187개, 인천 30개 등 총 619개의 300인 이상 대형 학원이 있다. 이 중 상당수는 대입 관련 학원으로 규모가 큰 학원은 재원생 수가 1000명이 넘는다.

방역당국은 이날 오후 5시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형 학원을 집합금지 대상 고위험시설로 지정하고 19일 0시부로 운영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한창 수업을 진행 중이던 학원들은 불과 7시간 안에 학생들을 퇴소시키고 원격수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긴급회의를 여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대규모 입시학원을 여럿 운영하는 A학원 관계자는 “신천지예수교 (집단감염) 때도 한 달간 휴원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니 원칙적으로 문을 닫는 게 맞다”면서도 “당장 수능 D-100일이 코앞이라 학생들의 학업 흐름이 끊어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B학원은 “연초에 경험이 있어 수업을 원격으로 전환하는 건 어렵지 않다”면서도 “9월 모의평가부터 집중력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시기가 너무 안 좋다”고 우려했다.

주로 용인, 이천, 남양주 등 경기 외곽에 있어 이동 차편 마련이 쉽지 않은 대규모 기숙학원들의 혼란은 더 컸다.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지고 3시간이 지나도록 기숙학원도 대형 학원 범위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교육당국의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학원들은 발을 굴렀다.

이날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교 상당수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연휴 직후 예정대로 개학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초등학교 602곳 중 133곳, 중학교 385곳 중 171곳, 고교 320곳 중 30곳이 개학했다. 이 중 교육당국이 원격수업 전환을 공식 지시한 강북구와 성북구의 학교 94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학교가 밀집도 3분의 1 이하를 유지하며 등교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긴장과 불안 속에 하루를 보냈다. 서울 C중 교장은 “학교 밀집도 기준에 맞게 1개 학년만 등교했지만 한 반 평균 인원이 36명인 과밀학교라 각 교실은 모두 붐빈다”며 우려했다. 특히 이날 서울의 낮 체감온도는 34.6도까지 올라 학생과 교사 모두 폭염 속에 마스크와 씨름해야 했다. 서울 D고 교사는 “아이들이 너무 덥고 답답하니까 교실에서 자꾸 마스크를 내린다”며 “마스크를 안 쓰면 생기부(학교생활기록부)에 적겠다고 해도 안 통한다. 마스크를 쓰고 종일 수업하는 교사들도 쓰러질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각급 학교들은 등교일 수를 조정하고 싶어도 1학기 학사 차질로 정해진 수업 일수와 평가 요건을 채우기에도 빠듯한 게 현실이다. 학교들은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이상 교육부 허락 없이 학교 마음대로 선제 조치를 할 순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 ‘사회적 거리 두기 1, 2, 3단계별로 등교수업 운영을 어떻게 할지 미리 확정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최예나 yena@donga.com·김수연·이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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