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금융회사에 다니는 이모 씨(23·여)는 점심 식사를 마친 뒤 한참 동안 주변 카페들을 돌아다녔다. 서너 곳을 갔는데도 앉을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 직장인이 많은 여의도는 점심시간 커피숍 자리 잡기가 않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수도권 재확산에도 이런 풍경은 하나도 변하질 않았다. 이 씨는 “무더운 여름에 외부 고객과 식사를 한 뒤 모시고 갈 선택지가 카페밖에 없긴 했다”며 “하지만 카페마다 사람들이 너무 몰려있어 솔직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최근 수도권에서 코로나19 2차 팬데믹(대유행) 조짐을 보이는 주된 이유는 전방위적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단 점이다. 교회가 가장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다른 다중이용시설도 만만치 않다. 경기 파주에 있는 스타벅스 관련 확진자도 18일 현재 49명까지 늘어났을 정도로 카페도 요주의 대상이다. 하지만 길었던 수해가 물러간 뒤 찾아온 무더위는 카페 이용을 오히려 늘리고 있는 상황. 게다가 업종 특성상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이용자들이 무척 많다.
●1m 이내로 붙어 마스크 착용도 허술
뭣보다 18일 역시 전국 곳곳에서 폭염특보가 발효될 정도로 날씨가 무더웠다. 서울도 낮 최고기온이 32도까지 오를 정도다보니 냉방이 잘 되는 카페는 더욱 찾는 이들이 늘어났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팀이 점심시간 무렵 둘러본 서울 도심의 카페 10여 곳은 한 곳도 빠짐없이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거나 아예 벗은 고객이 즐비했다. 여의도의 A 카페는 고객 44명 가운데 마스크를 제대로 쓴 사람이 3명뿐이었다. 음료를 마실 때만 잠깐 내리는 게 아니라 아예 벗은 시민들도 20명 남짓 됐다. 카페에 머물던 김모 씨(45)는 “솔직히 마스크를 쓰고 커피를 마실 순 없지 않느냐. 다만 누군가가 ‘기침’이라도 하면 괜스레 눈을 마주치며 씁쓸히 웃곤 한다”고 했다.
불안한 풍경은 꼭 자리에 앉는 카페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서울 도심의 한 은행에서 근무하는 직원 A 씨(31)는 이날 점심 뒤 동료들에게 ‘테이크아웃’을 제안했다고 한다. 괜히 커피숍에 머물지 말고 바로 포장해서 가져가는 게 나아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테이크아웃 전문점에 갔다가 A 씨 일행은 그냥 발길을 돌렸다. A 씨는 “길게 늘어선 줄에서 시민들 간격은 50㎝도 되질 않았다”며 “게다가 날씨와 소음에 대화가 힘들다보니 순간순간 마스크를 내리는 이들도 적지 않아 같이 줄 서기 있기가 께름칙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종업원이 있는 카페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수시로 마스크 착용 등을 일깨워주는 탓이다. 이에 비해 서울 강남역이나 노량진역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무인 스터디 카페’는 훨씬 감염에 취약한 시스템이었다. 아예 관리 감독할 직원이 없다보니 방역지침을 어겨도 제지하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18일 찾아간 강남의 스터디카페는 마스크 착용도 손 세정도 제대로 지켜지질 않았다. 음료를 가지러 가서도 바로 옆에 비치된 손 소독제를 사용하는 고객은 1시간 동안 단 한 명도 없었다. 해당 카페에서 만난 B 씨(29)는 “당연히 사람이 몰리니 조심스럽긴 하다. 그런데 공부에 집중하다보면 무심결에 마스크를 벗고 있게 된다”고 털어놨다.
●“밀폐공간은 떨어져 앉아도 위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7일 서울 강남구의 커피전문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카페 방역수칙을 별도로 마련해 시행했다. 해당 수칙에 따르면 카페를 이용할 땐 ‘혼잡한 시간대에 방문하지 않고, 불가피하게 방문해도 포장하거나 머무르는 시간을 최소화“하란 내용이 있다. 하지만 영등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솔직히 현실적이지 않은 규정이다. 직장가는 대부분 점심시간에 커피숍을 이용하는데 혼잡한 시간을 어떻게 피해서 이용하느냐“고 되물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름철 카페는 밀폐공간이라 비말(침방울)이 실내에 떠다닐 가능성이 있다. 에어컨 바람을 타면 멀리 떨어져 공간으로도 이동이 가능하다“며 ”일단 충분한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지키고, 웬만하면 밀폐공간에 머물지 않고 음료를 마실 때만 잠시 마스크를 내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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