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직제개편안 반대’ 회신… 법무부는 강행 태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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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사전논의 없이 주요직위 폐지 상당부분 신중한 검토 필요”
법무부 검찰과에 의견서 제출
법무부, 하루뒤 시행령 초안 보내며 “두시간반내 정부에 낼 의견 달라”
이르면 25일 국무회의 상정 계획

법무부가 추진 중인 ‘검찰 직제 개편안’에 대해 대검찰청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법무부는 대검의 반대 의견 제출 하루 뒤에 직제 개편을 위한 시행령 개정안 초안을 보내면서 “정부에 전달할 의견을 2시간 반 안에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 기획조정부는 13일 “법무부의 직제 개편안은 상당 부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법무부 검찰과에 보냈다. 대검은 의견서를 통해 “일선 지방·고등검찰청과 대검찰청의 직위를 없애는 중대한 사안을 사전에 논의하지 않고 진행한 데다가 짧은 기간에 의견을 내라는 건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법무부의 직제 개편안에 일선의 수사 여건 등 현재 상황이 반영돼 있지 않다”는 일선 지방·고등검찰청 간부들 의견도 전달했다고 한다.

앞서 법무부는 일선 검찰청을 지휘하는 대검의 차장검사급 직제 4자리를 없애는 내용이 담긴 개편안을 11일 대검에 전달하면서 “14일까지 의견을 달라”고 했었다. 전국 검찰청의 수사를 지휘하고, 검찰총장의 참모 역할을 하는 대검 직제를 갑자기 바꾸면서 회신 시간을 단 사흘밖에 주지 않은 것이다.

법무부는 대검 의견을 전달받은 하루 뒤인 14일 오전 11시 30분경에는 대검에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의 초안을 보냈다. 검찰 직제를 개편하려면 대통령령인 ‘검찰청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을 고쳐야 한다. 법무부는 시행령 개정안 초안을 보내면서 “행정안전부에 이날 오후 3시까지 의견을 내야 하니, 오후 2시까지 회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행령 초안은 법무부가 이달 11일 대검에 보냈던 ‘검찰 직제 개편안’과 대동소이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과 일선 검찰청의 반대에도 법무부는 이르면 이달 25일 열릴 국무회의에 검찰 직제 개편을 위한 법령 개정안을 그대로 안건으로 올린 뒤 통과하는 대로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 직제 개편은 국민의 권리 의무와는 관련이 없고 관행적으로 입법예고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법무부는 검찰 직제 개편을 통해 수사 도중 발생한 인권 침해를 조사하는 대검 인권부의 인권감독과를 감찰부 산하로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 대검 인권부와 감찰부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했던 검사들이 참고인들에게 거짓 증언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나누어 조사하고 있다. 직제가 개편되면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이 사안을 사실상 전담하게 된다. 한 감찰부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한 판사 출신이다.

직제 개편을 둘러싼 일선 검사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법무부의 김태훈 검찰과장이 13일 “검찰 구성원에게 우려를 드린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김우석 전주지검 정읍지청장은 14일 “법무부의 의견 조회는 ‘의견 조회’가 아니라 ‘통과의례’로 ‘의견 청취 거절’로 느껴진다”는 반박 댓글을 달았다.

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신동진 기자
#검찰직제개편안 반대#대검찰청#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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