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선박 지역감염 두 자릿수…“美·日·제3국 선박 예의주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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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7월 29일 0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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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부산 영도구의 한 수리조선소에 정박 중인 한 러시아 원양어선 레귤호(REGUL)에서 러시아인 선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영도구 보건소 직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2020.7.16 © News1
지난 16일 부산 영도구의 한 수리조선소에 정박 중인 한 러시아 원양어선 레귤호(REGUL)에서 러시아인 선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영도구 보건소 직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2020.7.16 © News1
부산 러시아 선박에서 시작된 지역 내 감염 인원이 두 자리수로 늘어난 가운데 해외에서 유입되는 외국적 선박에 대한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역당국에서는 여전히 카이로스호(KAIROS, 499톤) 같은 편의치적선은 전수 진단검사를 하지 않는데다 최근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에 800~900명 이상 발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확진자 증가폭도 여전히 가파르다. 지난 27일 기준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43만2552명으로 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누적 사망자수는 15만 425명으로 집계된다.

28일 부산항만공사, 국립부산검역소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부터 현재까지 부산항에 입항한 적이 있는 외국적 선박은 모두 1409척이다.

이 가운데 편의치적국(便宜置籍國)으로 분류되는 파나마 국적이 316척으로 가장 많았고 라이베리아 157척, 마샬제도 148척, 홍콩 99척, 싱가포르 94척 등이 뒤를 이었다.

주요 선진국별로 살펴보면 미국 20척, 중국 74척, 일본 44척으로 집계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일본과 미국 등 확진자 증가폭이 높은 외국적 선박을 예의주시 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NHK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21일 신규 확진자 681명이 발생했고 22일에는 795명으로 확산세를 보였다. 23일에는 급기야 981명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일본에서 처음 발생한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도 700~800명대 신규 확진자가 쏟아졌고 전날인 27일에는 583명으로 소폭 감소하는 양상을 띠었다.

지난 28일 기준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주요 국가 검진 건수 및 확진률 비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검진건수 152만 6974건 가운데 확진자 1만 4175명으로 확진율이 0.9%였고 영국은 전체 1479만 4369건 가운데 확진자 29만 9426명으로 확진율은 2%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본은 72만 501건 가운데 확진자는 2만 9989명으로 확진율 4.2%를 기록하면서 건수대비 확진율이 한국보다 약 4배 이상 높았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미국에서도 코로나19 환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 해야하고 선박 전수 진단검사 범위에 포함시킬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조언한다.

또 이같은 조치가 늦어졌을 경우 또다시 ‘사후약방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손현진 부산대학교 감염예방의학과 교수는 “일본 상황이 좋지 않다”며 “최근 1~2주동안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수 백명씩 나오는데 증가폭이 굉장히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며 “수백 명이 수천 명으로 바뀌는 건 순식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일본 국적 선박에 대한 검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동식 동아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선박의 출항지에서부터 검역이 강화되도록 중앙정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한 것 같다”며 “제3국이나 러시아 선박이 아닌 외국적 선박을 대상으로 한 승선검역도 유증상자가 거짓말을 하는 경우에 대비하거나 확진자를 걸러내는 데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추가적인 조치를 해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검역당국은 현재 인력만으로 러시아 관련 선박의 전수검사만 진행하는데도 힘에 부친다고 호소한다. 일본이나 미국 국적 선박을 비롯해 편의치적선을 대상으로한 전수 진단검사는 도저히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역소 관계자는 “미국이나 일본 국적 배는 예의주시 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조치를 하려면 검사도 수반되어야 하는데 검사 용량이나 인력 문제가 또다시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 부족은 이전부터 계속 요청을 해온 사항”이라며 “3교대 근무 검역관들이 연장 근무를 하고 있고 타국적에 대한 전수검사 강화는 질본에서 지침을 보내주면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립부산검역소에서 배에 승선해 검역할 수 있는 기존 인원은 40명으로 추산된다.

지난 달부터 러시아 선박 6척에서 선원 확진자가 45명이나 대거 발생하고 한 달가량이 흐른 지난 20일이 되어서야 검역관 7명이 국립부산검역소에 파견됐고 부산신항에는 검역관 5명이 추가로 배치됐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수도권 중심적인 행정과 인간이 아닌 선박 검역만 중시하는 풍조가 이같은 사태를 키웠다는 목소리도 있다.

손 교수는 “인천 공항에서 러시아 국적의 확진자가 이처럼 18명, 32명씩 무더기로 쏟아져도 이렇게 놔뒀을까”라며 “부산은 아이스스트림호 사태가 터진지 한 달 가까이 되도록 부산검역소 본부 인력이 10명도 채 보강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인천이었다면 벌써 발칵 뒤집어져서 중앙에서 인력을 빨리 보강하고 조치했을 텐데 부산이라서 그런 것도 있다”며 “비행기를 타고 오는 사람들은 돈도 많고 사회적 지위도 있지만 배는 그렇지 않다. 실질적인 항만 하역 노동자, 근무자들의 계층을 들여다 봤을 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공항에 비해서 항만은 검역이 훨씬 더 수월하게 통과하는 면이 있다”며 “공항에서 들어올 때는 질문서를 모두 받고 증상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검사하는데 항만은 사람을 대상으로 잘 하지 않으니 발견도 안되고 신경을 그동안 못 쓴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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