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검찰총장 견제 필요” vs “총장을 사실상 명예직 만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檢개혁위, 총장 권한 축소 권고 논란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고검장 분산… 대검은 ‘법리-행정 감독부서’ 전환
장관, 고검장에 서면지휘 가능… 개별사건 수사 개입할 여지 생겨
장관과 협의했던 인사의견도 인사위에 서면 제출하게 만들어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총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한 27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관용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총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한 27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관용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검찰총장이 2200명 모든 검사 수사를 세세하게 지휘하고 있다. 일일이 보고하고, (총장의) 승인을 받는다는 것은 선진 형사사법절차가 구축된 국가들에서 보기 드문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27일 검찰총장의 핵심 권한을 분산하기 위한 권고안을 마련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권고안대로라면 검찰총장이 전국 검사를 통솔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인 ‘수사지휘권’과 ‘장관과의 인사협의권’이 모두 사라진다. 검찰의 정점으로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총장이 사실상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총장 개별 사건 관여 못해

권고안의 핵심은 검찰총장 1명이 가지고 있던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이를 고검장 6명에게 분산시키도록 한 점이다. 총장 직속 대검찰청이 맡고 있는 개별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부서 기능도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수원 등 전국 6개 권역별로 나뉜 고등검찰청으로 넘어가게 된다. 예컨대 부산에서 발생한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해 지금은 총장이 대검 반부패강력부를 통해 주요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영장 청구 등을 지휘할 수 있지만 부산고검장에게 넘어갈 경우 총장의 지시는 따를 필요가 없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마스크 유통 교란 사범을 엄중하게 단속하라는 등의 일반적 지휘권만 갖게 된다.


개혁위는 언론에 배포한 A4용지 12쪽 분량의 권고문 중 3쪽가량을 검찰총장 권한 축소 필요성과 구체적 수사지휘권 폐해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개혁위는 한국 검찰 조직에 대해 “제왕적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인 피라미드식 지휘관료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총장을 보좌하며 전국 사건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대검에 대해서도 “형사법의 정확한 적용 여부나 형사사법 행정을 감독하는 부서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장관, 총장 대신 고검장 지휘

권고안에서 개정 대상으로 지목된 현행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는 검찰총장을 개별 사건에서 외부 압력을 막는 방어벽으로 세우는 동시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돼 왔다.

하지만 개혁위는 이 조항에 대해 “오히려 일선 수사팀에 거부할 수 없는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하는 ‘매개’가 되기도 했고, 검찰총장이 직접 지휘하는 특수수사에서는 선택, 표적, 과잉, 별건 수사 등의 폐해와 논란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개혁위는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하도록 되어 있는 규정을 바꾸도록 권고했다. 장관이 고검장에게 서면 지휘를 내리는 방식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 개별 사건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혁위는 “불기소 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권고했다”면서 권력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수사 절차상 수사 개시 여부, 각종 영장 청구 여부 등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장관이 개입할 여지가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 “총장, 장관에게 직접 인사 의견 못 내”

개혁위는 장관과 검찰총장 협의로 70여 년 동안 이뤄져 온 검찰 인사 시스템도 수정하도록 권고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개정된 검찰청법 제34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절차에 대한 규정이 없다. 개혁위는 검사 인사에 관한 총장의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도 그 방식은 장관 대면이 아닌 검찰인사위원회를 통해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이번 권고안을 낸 2기 개혁위는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출범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의 김남준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학계, 언론, 법조계, 시민단체 출신 전문가 17명이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김용민 의원도 2기 멤버로 활동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위은지 기자

#검찰총장 수사지휘권#검찰개혁위원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