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박원순 조문 정국…추모 열기 속 장례방식·2차 가해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2일 2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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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13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운동 대부였던 박 전 시장에 대한 추모 행렬이 주말 내내 이어지고 있지만 ‘서울특별시장(葬)’을 둘러싼 찬반 갈등과 성추문 의혹 관련 2차 가해 논란도 확산됐다. 총선 후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이념적 분열상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전 시장 장례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12일 “영결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하고 소박하게 치른다는 기조 하에 온라인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영결식은 서울시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생중계된다. 장례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까지 서울대병원 빈소에 7000여 명, 시청 앞 분향소에 1만6000여 명이 조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여권의 추모 열기를 두고 성추문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박 전 시장 장례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박 전 시장의 서울특별시장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50만 명 넘게 참여했다. 한국여성의 전화, 한국연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도 10일 박 전 시장의 서울특별시장 장례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일제히 발표했다.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당 차원의 공식 조문은 하지 않기로 했으며, 통합당 의원 48명은 이날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를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2011년 박 전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매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지만, 별도의 조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일부 극성 지지층이 피해자에 대한 온라인 신상 털기 등 2차 가해를 이어가자 “(신상 털기 등을) 즉각 중단해 달라”며 자제를 요청했다. 박홍근 의원도 이날 “고인을 추모하는 그 어느 누구도 피해 호소인을 비난하거나 압박하는 일이 없도록 거듭 호소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문까지 정치화하는 것은 각 진영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며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받아들이고 지금은 정쟁을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
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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