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독립수사본부’ 건의에… 秋 “지휘권 수용-불수용 택하라”

배석준 기자 , 고도예 기자 입력 2020-07-09 03:00수정 2020-07-0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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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장관 지휘 6일만에 입장 밝히자… 추미애, 1시간40분만에 정면 반박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를 대부분 수용한 것이다. 추 장관이 이 건의를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8일 오후 6시 12분경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한 입장문을 공개한 직후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추 장관이 2일 헌정 사상 두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지 엿새 만에 윤 총장이 고심 끝에 입장을 내놨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윤 총장이 8일 공개한 206자 분량의 입장문 첫 문장은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존중하고”로 시작한다. 하지만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입장문이 공개된 지 1시간 40분 뒤인 오후 7시 52분경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며 윤 총장의 제안을 거부했다.

○ 윤 총장, 특임검사 대신 독립적 수사본부 건의
윤 총장이 공개한 입장문의 핵심 내용은 채널A 이모 전 기자의 신라젠 취재와 관련해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독립적 수사본부는 추 장관이 그동안 거부감을 보였던 특임검사와는 큰 차이가 난다. 검찰 내규상 특임검사는 총장이 전권을 갖고 임명할 수 있지만 특별수사본부에 준하는 독립적 수사본부는 장관의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추 장관 취임 직후인 올해 초 국무회의를 통과한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은 ‘명칭과 형태를 불문하고 임시 조직을 설치하려는 경우에는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대검은 2일 오전 법무부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아니면서 총장 지휘를 받지 않는 특임검사 중재안을 냈으나 추 장관은 당일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전국 고검장과 검사장 회의를 연이어 열고 있던 3일 오전에도 “수사팀 교체나 제3의 특임검사 주장은 장관 지시에 반하는 것”이라고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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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고검장과 검사장 회의에서는 특임검사 도입을 장관에게 건의해야 한다는 다수 의견이 나왔지만 윤 총장은 고심 끝에 특임검사 외에 독립적인 수사본부라는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 추 장관, 윤 총장이 지휘 수용 않으면 감찰할 듯
하지만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수사본부장을 기존 수사를 이끌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대신 김영대 서울고검장으로 지목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추 장관은 자신의 최후통첩 8시간 만에 윤 총장이 입장문을 밝히자 다시 1시간 40분 만에 이 입장문을 거부했다. 윤 총장의 입장을 받아들일 경우 추 장관이 이 지검장을 불신임하는 것이고, 윤 총장 대신 이 지검장이 사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을 추 장관이 원치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추 장관의 입장은 윤 총장이 수용하거나 불수용하거나 둘 중 하나의 대답을 9일 오전 10시까지 내놓으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부에서는 윤 총장이 수용하는 입장을 최후통첩 시한까지 내놓지 않으면, 추 장관이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나 검사징계법상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때로 판단해 윤 총장을 감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추 장관은 7일에 이어 8일에도 연차 휴가를 냈다. 경기 화성시 용주사에 머물던 추 장관은 8일 오전 9시경 산사에 있는 자신의 뒷모습 사진과 함께 “무수한 고민을 거듭해도 바른길을 두고 돌아가지 않는 것에 생각이 미칠 뿐입니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이날 오전 10시경 추 장관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하루 더 기다리겠다”는 입장문을 법무부를 통해 공개했다. 사실상 윤 총장에게 하루라는 시간을 더 주고, 자신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수용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추 장관은 “공(公)과 사(私)는 함께 갈 수 없다. 정(正)과 사(邪)는 함께 갈 수 없다”면서 “총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고도 했다. 추 장관은 9일 오전 법무부 공식 행사를 차관에게 대신 참석하게 하고, 집무실에서 윤 총장의 최종 답변을 기다릴 예정이라고 법무부는 밝혔다.

배석준 eulius@donga.com·고도예 기자


#추미애 장관#윤석열 검찰총장#수사지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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