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핑계로 무조건 1회용컵… 재활용 쓰레기 넘쳐난다

강승현 기자 입력 2020-06-19 03:00수정 2020-06-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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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요청땐 제공’ 완화 조건 외면… 묻지도 않고 플라스틱컵 내줘
배달음식-택배 주문도 늘어… 플라스틱-종이류 쓰레기 급증
“코로나 장기화… 감축대책 세워야”
18일 오후 1시경 서울 중구의 한 카페. 이곳은 점심식사 후 찾은 직장인들로 붐볐다. 카페 직원은 손님들이 주문한 모든 음료를 1회용 플라스틱컵에 담아 건넸다. 환경부 지침에 따라 주문을 받을 때 다회용컵(머그컵) 이용 여부를 손님에게 물어야 하지만 묻지 않았다.

비슷한 시간대, 이 카페에서 500m가량 떨어진 다른 커피전문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기자가 음료 주문을 마치자 직원은 진동벨을 건넸다. 기자가 “매장 내에서 마시겠다”며 음료를 머그컵에 담아 줄 것을 요청했지만 직원은 안 된다고 했다. 직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손님들이 머그컵 사용을 꺼려 당분간은 1회용 플라스틱컵만 제공한다”고 했다. 이 커피전문점에서는 모든 손님들이 1회용 플라스틱컵과 1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고 있었다. 매장 쓰레기통에는 1회용 컵이 잔뜩 쌓여 있었다. 쓰레기통 바로 옆에는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매장 내에선 1회용 플라스틱컵을 제공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환경부는 2018년 8월 1일부터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 식품접객업소 내 1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시민들이 다회용컵 사용을 꺼리자 정부는 올 2월부터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손님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 한해 1회용 플라스틱컵을 제공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날 기자가 찾은 서울시내 카페 6곳에선 손님에게 의사를 따로 묻지 않고 모든 음료를 1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에 담아 내줬다.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선 음료뿐 아니라 케이크를 주문한 손님에게도 스테인리스 포크 대신 비닐로 포장된 1회용 플라스틱 포크를 제공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각 구청이 운영하는 재활용품 선별장의 올 2월 하루 평균 재활용 쓰레기 반입량은 1200t을 넘었다. 3월엔 1173t, 4월엔 1176t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하루 평균 1000t가량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커피전문점 등에서 1회용컵 사용이 늘어나면서 재활용품 쓰레기 반입량이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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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택배 박스로 많이 쓰이는 종이류 쓰레기는 지난해 2월 89t에서 올해 2월 186t으로 2배 이상으로 많아졌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온라인 주문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4조7900억 원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4분기(10∼12월)에 비해 2800억 원이 늘었다. 각 구청이 운영하는 재활용품 선별장은 단독주택이나 상가 등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만 취급하고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받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가한 재활용 쓰레기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매장에 따라 상황이 다르겠지만 세척과 소독을 제대로 한다면 1회용 플라스틱컵보다는 다회용컵이 더 안전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1회용 플라스틱을 포함한 재활용 쓰레기가 많이 늘었다”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하면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 대책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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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쓰레기#코로나19#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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