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나는 ‘산 음식’… 몸과 마음이 맑아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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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답(答)을 찾다] <2>임산물의 무한변신

산림청은 임산물의 프리미엄 상품화와 국내외 소비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임산물 국가통합브랜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표고버섯 재배지. 한국임업진흥원 제공
산림청은 임산물의 프리미엄 상품화와 국내외 소비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임산물 국가통합브랜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표고버섯 재배지. 한국임업진흥원 제공
산마늘파스타, 취나물소고기비빔밥, 고사리김밥, 알밤크로켓, 천마(天麻)부침개, 두릅초밥….

생소한 이름이지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음식이다. 이런 음식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런 음식도 있나?”라는 반응부터 “맛이 궁금하다. 건강해질 것 같다. 다이어트에 좋을 것 같다” 등의 말이 나온다. “나도 한번 만들어 볼까”라는 생각도 할 것이다.

지난달 30일 전북 무주군 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 숲속 야영장. 산림청이 마련한 ‘건강을 지키는 숲속 요리 교실―포레스토랑’ 행사장에는 방역수칙을 지킨 가운데 100여 명이 참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폐장됐다가 3개월여 만에 재개장한 휴양림은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 자연 임산물의 ‘무한 변신’
“지금부터는 천마로 전(煎)을 만들 겁니다.” 천마는 무주지역의 특산물. 심혈관 등에 효능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끄러운 식감 때문에 호불호가 엇갈리는 임산물이다.

요리강사로 나선 (사)한국음식문화진흥연구원 마스터 셰프 강명숙 씨(47·여)가 껍질 벗긴 천마를 두께 3, 4mm 크기로 둥글게 썰고, 전분을 묻혀 기름 두른 팬에 부쳐 냈다. 금방 색깔이 노르스름해지면서 먹음직스럽게 변신했다. 전남 해남에서 온 한국임업후계자협회 회원인 윤초연 씨(여)는 “마(麻)로 전을 부쳐보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경기 안산에서 초등생 자녀와 참가한 조희숙 씨(여)는 “마는 점액질 때문에 어른도 기피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름에 바삭하게 부쳐내니 아이들도 감자 칩처럼 좋아했다”고 했다.

임산물이 무한 변신하고 있다. 일반 가정의 식탁에 오를 뿐만 아니라 유명 레스토랑의 주요 메뉴(산나물파스타 등)가 되기도 한다. 누구나 쉽게 구해 다양한 음식으로 변신하고 있다. 식탁친화형, 시장친화형 임산물 가공물도 늘어나고 있다. 편의점 등에서는 헛개나무 열매로 만든 음료가 숙취 해소용으로 팔린다.

요리교실의 또 다른 메뉴로 표고버섯스테이크와 취나물샐러드. 오미자딸기에이드도 추가됐다. 향이 강한 나물을 싫어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취나물샐러드에 유자소스가 뿌려졌다. 한 참석자는 자녀들을 위해 참나물 전을 추가로 만들었다.

충북 충주의 한 음식점은 눈개승마를 활용한 김밥으로 호평받고 있다. 제주에서는 지역 특산물인 고사리를 활용한 육개장이 쇠고기나 파로 만든 육개장을 제압했다. 임산물에 참신한 발상이 더해져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도라지와 오미자의 맛과 특성을 살려 푸딩은 물론이고 산양삼주가 만들어졌고, 매년 봄에만 잠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죽순(竹筍)수를 활용한 물비누도 등장했다. 오왕수 한국임업진흥원 임업소득지원실장은 “산(山)에서 나오는 임산물의 또 다른 이름은 산(生)음식”이라며 “우리 땅 임산물은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한다”고 말했다.

○ 임산물 10개 품목 국가통합브랜드 추진
취나물소고기비빔밥
취나물소고기비빔밥
한국 국토의 63.2%는 산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핀란드, 일본, 스웨덴에 이어 4위인 ‘산림 강국’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숲이 주는 공익적 가치는 221조 원. 이 중 목재의 경우 경제 가치로 이어진 기간이 비교적 긴 반면에 임산물은 그보다 훨씬 짧다. 소비자들에게 ‘믿고 구입할 수 있는 임산물’로 인식되게 만드는 게 생산 임가(林家)는 물론이고 관련 단체 및 기관이 떠안아야 할 숙제였다. 산림청 산하 한국임업진흥원이 선정해 관리하고 있는 국내산 청정 임산물의 새 브랜드 ‘청정숲푸드’는 이 같은 이유에서 출범했다.

진흥원은 2016년부터 임가에서 생산된 임산물 중 일정한 검증을 거친 수실류와 산나물류, 약초류, 약용류 등 48개 품목 199건(2020년 5월 현재)을 ‘청정숲푸드’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청정숲푸드는 깨끗이 보존돼온 산림에서 오랜 기간 쌓인 낙엽 등 유기물 양분으로 성장해 유기질 비료를 사용하는 친환경 인증 농산물과는 다르다.

이 같은 브랜드 전략으로 청정숲푸드 생산 임가들은 지정 이전보다 매출액이 30% 정도 증가했다. 소비자들의 요구도 그만큼 향상됐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프리미엄 임산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환경까지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해 올해부터 청정숲푸드를 국가통합브랜드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K-Forest’(가칭)라는 브랜드로 올해부터 감, 표고, 밤, 대추, 고사리, 잣, 산양삼, 송이, 호두, 은행 등 10개 품목의 국가통합브랜드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임산물의 해외 판촉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각종 해외 박람회, 수입상(바이어) 초청 행사 등이 취소 또는 연기되자 임산물 온라인 박람회와 모바일 화상 수출상담회도 진행하고 있다.

○ 대형할인점에서 임산물 판매 비중 커져
임산물을 일상생활에서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도 열린다. 전북 진안군은 산림청 공모사업인 산촌거점권역 육성시범사업을 맡아 지난해 11월 진안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그로서란트’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로서란트는 식료품점(grocery)과 레스토랑(restaurant)의 합성어. 재료(임산물)를 현장에서 구입해 즉석에서 조리를 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이날 행사는 취나물과 곰취나물을 구입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국내 대형마트나 홈쇼핑에서도 임산물 판매 비중이 훨씬 커졌다. 산림청이 이마트나 홈플러스, 홈쇼핑, 신선식품 배달회사 등에서 실시하는 임산물 마케팅 지원 규모도 2014년 1억7800만 원에서 지난해에는 27억7000만 원으로 15배나 늘었다.

산림청 관계자는 “임산물의 프리미엄 상품화 및 국내외 소비시장 진출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며 “임산물이 식생활 속에 깊게 뿌리내려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생산 임가에서는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산림청과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진행하는 ‘건강을 지키는 숲속 요리 교실―포레스토랑’ 행사 중 이달 13일 경기 가평 유명산자연휴양림에서 예정됐던 행사는 코로나19에 따른 휴양림 폐쇄로 다음 달 4일로 연기됐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자연 임산물#산 음식#산림청#건강을 지키는 숲속 요리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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